밴드 그룹 데이식스(DAY6)의 베이시스트, 작곡·작사가, 보컬리스트, KBS 2FM 인기 라디오 ‘데이식스의 키스 더 라디오’ DJ, 솔로 활동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보이지만 모든 분야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만능 엔터테이너 영케이가 이번에 보여줄 모습은 솔로 가수다. 그는 지난 2021년 9월 발매한 첫 솔로 앨범 ‘이터널(Eternal)’ 발매 후 군백기를 거쳐 2년 만에 신보를 내게 됐다.
“가수가 대중에게, 팬에게 얼굴을 비추기 위해서는 빠르게 컴백하고 앨범을 들고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빨리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오랜만에 앨범을 선보이는 거라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합니다.”
신보명은 ‘레터스 위드 노트(Letters with notes)’다. ‘음을 붙인 편지’, ‘음표로 쓴 편지’를 의미한다. 하이키의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조유리의 ‘레몬 블랙 티(Lemon Black Tea)’ 등 타 아티스트의 곡 작사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작사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영케이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작사가로서 작사를 할 때 음절에 맞게, 한정된 시간 안에 글자를 넣다 보니까 글자가 하나의 편지가 되고, 이런 곡들이 모여 앨범이 되는데요, ‘레터스 위드 노트’가 어울리는 앨범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2021년 10월, 아이돌로서는 이례적으로 카투사로 복무한 영케이는 지난 4월 전역과 동시에 빠르게 앨범 작업에 착수했다. 약 4개월 만에 나온 정규 앨범이지만 완성도는 탄탄하다. 앨범에는 무려 11곡이 수록됐다. 영케이는 짧은 준비 기간이지만 여러 가지 시도를 거듭하며 모든 곡 작업에 참여했다.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하려고 했어요. 제 스승님인 홍지상 작곡가님께도 말씀하신 건데, ‘늘 발전해야 하는데 발전이 안 된다면 변화라도 하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봤죠. 음악적으로도 여태까지 해보지 않은 다양한 장르를 담아보려고 했고요. 가장 신경 쓴 건 보컬리스트로서 발음으로 재미를 주는 것이에요. 또 가사 쓸 때 더 쉽게도, 더 은유적으로도 표현해보며 다양한 가사를 써보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타이틀곡 ‘이것밖에는 없다’는 60년대 말 브리티시 사운드의 클래식한 요소와 80년대 미국 하드 록 발라드의 스트레이트 하면서도 호소력 넘치는 분위기를 담은 곡이다. 데이식스가 데뷔할 때부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홍지상 작곡가와 영케이가 함께 작업했다.
“홍지상 작가님이 ‘너는 무언가 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잘 놓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요. 그렇다면 사랑을 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이런 곡을 만들게 됐죠. 이 곡도 여러 번 수정을 거쳤어요. 도입 부분에 더욱 재미를 주기 위해 보컬적으로 노력했고, 멜로디와 어울리게 가사를 쓰려고 많이 노력했죠.”
‘이것밖에는 없다’ 뮤직비디오에는 같은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트와이스의 다현이 출연해 눈길을 끈다. 차가운 다현의 표정과, 무너지는 배경 효과 등은 떠나가는 사랑을 붙잡고 싶은 절절한 가사말과 어울린다.
“뮤직비디오는 스토리라인이 우선 먼저 구축된 상태였고, 상대 배역은 회사 추천으로 다현 님이 배역을 맡게 됐어요. 저는 너무 영광이었죠. 현장에 오셔서도 굉장히 열심히 임해주시고, 연기도 너무 잘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앨범에는 이 밖에도 ‘오늘만을 너만을 이날을’, ‘렛 잇 비 서머(let it be summer)’, ‘꿈꾼 (Dreamer)’, ‘번지 점핑(Bungee Jumping)’, ‘내추럴(natural), ’스트레인지(STRANGE)’, ‘소울(SOUL) (Feat. 최엘비)’,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 ‘바보(babo)’, ‘왓 이즈..(what is)’가 실렸다. 이 중 영케이의 ‘최애곡’은 지난달 25일 선공개된 ‘렛 잇 비 서머’다.
“이 곡은 인생을 계절에 표현한 곡인데요. ‘여름’이라는 단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지 않으면서 여름의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시도해본 곡이에요. 저는 항상 ‘최애곡’을 가장 최신의 저를 대표할 수 있는 곡으로 생각하고, 지금은 ‘이것밖에 없다’인데요. 이 곡을 제외한다면 ‘렛 잇 비 서머’가 ‘최애곡’이지 않을까 싶네요. 이 곡이 선공개곡으로 나올 수 있고 뮤직비디오를 찍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스트레인지’는 지난 2021년 싱글곡 ‘왓 어 원더풀 워드(What a Wonderful Word)’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싱어송라이터 박문치와 또 다시 함께 작업한 곡이다.
“박문치 님은 예전에 같이 했던 느낌이 좋아서 언젠가 또 함께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에 제가 작업실에 놀러가며 함께하게 됐어요. 예전에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고 ‘스트레인지’라는 단어가 재미 있어서 ‘이상한 게 뭐지? 이상한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이상한 사람은 이상한 건가?’ 이런 생각을 거듭하다가 만든 곡이에요. 이번 앨범은 늘 함께 작업하는 지상이 형도 있긴 하지만 새로운 작곡가랑도 많이 작업해서 좋아요. 함께 작업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곡 분위기도 달라질뿐더러, 이 달라진 곡에 맞춰서 제 가사 느낌도 달라지거든요.”
‘레터스 위드 노트’로 영케이가 전하고 싶은 ‘편지’는 무엇일까. 영케이는 구체화된 단일한 감정으로 정체화 하기보다는, 리스너들이 살아가며 맞이할 여러 상황에서 자신의 음악이 적재적소로 기능하길 바랐다.
“딱 하나의 메시지보다는 다양한 감정들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는 위로가 느껴지면 좋을 것 같고, 흥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흥이 전달되면 좋을 것 같아요. 한 곡 한 곡 천천히 감상해주셔도 좋지만, 일상에 BGM으로 녹아들어 있어도 좋아요.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의 솔로 앨범을 발매하며 영케이도 자신의 작곡 스타일, 작사 스타일,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명확히 한 단어로 정의내리진 못하지만, 오히려 이 점을 정체성으로 삼을 만하다는 설명이다.
“저는 스스로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양한 스토리, 캐릭터를 적어나가려고 하거든요. 사살 아직도 제가 어떠한 사람이라고 정의는 내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작업하면서 제 강점, 특색을 잘 찾지 못했고요.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하다보니까, 지금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는 게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영케이는 자신의 곡 ‘예뻤어’,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가 역주행하고, 데이식스로서의 수많은 공연을 경험하고, 작곡·작사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육각형 재능’을 입증하고 있다. 솔로 앨범으로서 이루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다음이 기대되는 가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영케이가 다음에 솔로 앨범을 내게 되면 어떤 느낌일지 기대해주시면 너무 좋을 거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낼 수 있었던 것도 기대한 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 그리고, ‘빨리 데이식스가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듣고 싶네요, 하하.”
영케이의 정규 1집 ‘레터스 위드 노트’는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