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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성장세라지만…6개 중 1개는 '유령상품'

790개 중 124개 日거래량 100좌↓

유행지난 테마·중소형사 상품 다수

'뉴딜 ETF' 거래는 80~90% 급감

업계 "상장폐지 대상 될 수도" 경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05조 원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정작 ETF 6개 중 1개는 거래량이 전무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피캣’ 수준으로 찍어내는 상품이 넘쳐나는 데다 정권 특수를 누리던 철 지난 테마성 상품들 역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서다. 거래량이 감소해 순자산 50억 원 미만이 지속될 경우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4일 금융정보업체 KG제로인에 따르면 8월 한 달 간 일일 거래량이 100좌 미만인 ETF는 일평균 123.8개로 집계됐다. 이날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상품이 790개인 것을 감안하면 6개 중 1개는 일일 거래량이 유동성공급자(LP)의 최소 호가 제시 수량인 100좌에도 못 미친다. 올들어 상장한 98개 상품 중에서도 지난달 말 기준 거래량이 100좌 미만인 상품이 13개로 나타났다. 상장한 지 1년도 채 안 된 상품의 13%가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셈이다.





거래량이 급감한 ETF들은 대부분 철 지난 테마성 상품이거나 대형 운용사의 상품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는 중소형 운용사의 ETF다. 우선 유행이 지난 테마성 상품의 거래량이 과거 대비 급감하면서 소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출시된 뉴딜 정책 관련 ETF가 대표적이다. 문 정부가 2020년 한국형 뉴딜 정책을 국가발전 전략으로 제시하자 정책 관련 테마성 지수가 만들어졌고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삼성·KB운용 등이 5개의 관련 ETF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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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국거래소는 이례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KRX BBIG K-뉴딜지수’의 배타적 사용 기간을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로 뉴딜 정책의 동력이 사라지면서 해당 상품들 역시 급속하게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실제 5개 상품의 8월 일평균 거래량은 출시 직후 한 달 대비 87~99%가량 감소했다. 출시 직후 한 달 간 일평균 거래량이 70만 좌를 기록했던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는 8월 3600좌로 99.5% 급감했다. ‘KB STAR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의 8월 일평균 거래량은 238좌로 일일 거래량이 100좌 미만인 날은 22거래일 중 18일에 달했다.

다만 뉴딜 관련 ETF들은 주로 IT, 2차전지, 바이오 등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어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다. ‘HANARO Fn-K뉴딜디지털플러스 ETF’는 올 들어 12.08%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KODEX 탄소효율그린뉴딜 ETF' 역시 17.54%로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대형 운용사와 중소형 운용사가 같은 유형의 상품을 출시한 경우 중소형사의 ETF가 소외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키움자산운용이 5월 말 출시한 파킹형 상품인 ‘히어로즈 CD금리 액티브(합성) ETF’의 8월 일평균 거래량은 78좌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이 6월 초 내놓은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의 8월 일평균 거래량은 173만 좌로 집계됐다. 비슷한 상품 구조에 더 늦게 출시한 상품이라도 대형 운용사가 나서면 자금이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거래량이 적은 ETF들은 상장 폐지 등의 위험이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ETF는 기초지수와의 상관계수가 0.9 미만(액티브 ETF는 0.7)인 상태가 3개월간 지속되거나 상장 1년이 지난 상품의 순자산이 50억 원 미만으로 떨어진 뒤 다음 반기 말까지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퇴출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 들어 운용사들이 다양한 테마성 상품을 내놓고 있어 ETF 시장 규모가 커지는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지만 유행성이 짙은 상품들은 향후 소외되는 경향이 점차 짙어질 것”이라며 “거래량이 적은 상품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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