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이달 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에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에 따른 독과점 해소 방안을 다시 낼 예정인 가운데, EC 측의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하느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 반납에 이어 알짜 사업인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까지 해야 하느냐는 지적인데 두 회사에 이익이 얼마만큼 되느냐와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기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주장이 맞선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이달 말 시정안을 제출하면 EC 측이 언제까지 결정을 내겠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지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의지는 강하다. 대한항공은 “절대로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시아나는 이르면 이달 말 이사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 노동조합은 “추석 전부터 화물사업부 매각 논의가 구체화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매각을 위해서는 이사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②신규 직항로 가능 ③아시아나 12조 원 대규모 부채 ④고용 유지 여부 ⑤합병 효과 단기냐 중장기냐 ⑥에어프레미아 선전
관심은 슬롯과 화물사업부 매각이다. 슬롯의 경우 14개 유럽 노선 가운데 4개 노선의 여객 슬롯을 반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중복 취항하는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등이 거론된다. 대한항공의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슬롯이라는 게 반납한다고 끝이 아니다. 여유가 있으면 언제든 다시 받을 수 있다”며 “유럽 슬롯을 반납해도 EU 측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국내 다른 항공사가 받아가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또다른 관계자는 “EC에서 요구하는 것이 여객과 화물의 경쟁 복원인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안다”며 “슬롯을 내준다고 영영 끝이 아니며 중복 항로를 정리해 비행기가 남으면 신규 지역에 취항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그동안 취항하던 곳 이외에 다른 도시나 국가에 직항편이 생기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 않느냐는 논리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아시아나의 지속 가능성과 고용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의 별도 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은 20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1% 급감했다. 코로나19 이후 화물 특수가 끝나면서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특히 아시아나의 상반기 순손실이 602억 원으로 1년 전 대비 9% 증가했다. 이자비용이 늘었기 때문인데 상반기 이자만 2023억 원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화물 때문에 잠깐 좋아진 것이지 12조 원이나 되는 부채를 다른 업종의 기업이 관리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같은 업종에서 인수해서 시설을 공유하고 시너지를 내는 수밖에 없다. 특히 1만 명이 넘는 고용을 유지하려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아시아나 수익의 70% 이상을 책임져 오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면 뭐가 남겠느냐는 비판과 단기로 보면 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가 항공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갈린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기간을 길게 보면 국부유출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적항공사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측정하는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와의 합병은 몇 달 후나 1년 뒤를 보고 하는 게 아니라 10~15년 후의 항공산업을 보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생사인 에어프레미아의 선전도 관건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새 비행기와 상대적으로 넓은 이코노미 좌석, 저렴한 항공료로 미주와 유럽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여객 수요를 빠르게 대체 중이다.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의 경우 6월23일 취항 이후 2달 간 국적항공사 여객 점유율이 23.5%에 달한다.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에어프레미아가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미주 노선과 유럽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미주와 유럽의 경우 여객부분은 독과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며 결국 화물만 넘으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