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제조업체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가부담과 금융비용 증가로 자금난을 겪는데다가 대출심사 강화로 금융권의 문턱이 높아진 탓이다. 특히 까다로워진 지원요건으로 정책자금 수혈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1일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부산 제조기업의 자금조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68.5%는 금리가 급격하게 올랐던 지난해보다 자금 사정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21.9%는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 제조업 자금 사정이 올해 들어 더욱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인건비 등 원가 상승에 따른 자금수요 증가(40.0%)는 자금 사정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외부자금 조달목적에 대한 질문에서도 원부자재 구매가 45.2%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여 원가상승에 대한 제조업체의 부담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매출감소(36.7%), 금융비용(8.4%), 대금회수지연(6.3%) 등의 답변도 있었다.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환경도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금융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전체의 76.9%를 차지했다. 오히려 악화했다는 응답도 17.5%에 달했다. 악화 요인으로는 대출금리 인상(39.4%)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출한도 하향조정(18.2%), 대출심사 강화(15.2%), 보증한도 축소(12.1%) 등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강화 조치들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필요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 정책자금의 역할은 기대에 못 미쳤다. 조달처별 외부자금 조달 비중을 확인한 결과, 전체의 92.5%는 은행권에서 조달했고 정책자금을 통한 조달 비중은 6.2%에 불과했다. 또 71.3%는 정부나 부산시를 비롯한 지원기관의 정책자금을 이용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실효성이 낮고(48.4%) 지원 요건이 미달하며(18.9%) 이용절차가 복잡하다(10.7%)는 이유였다.
이는 정책자금 다수가 복잡한 이용절차에 비해 자금의 규모 면에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정작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요건 미달로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부산상의 기업동향분석센터 관계자는 “3고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한계기업의 양산은 물론이고 우량한 기업들마저도 자금난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면서 “금융권은 대출의 문턱을 낮추고 정부는 정책자금 수혈이 필요한 기업들에 적정한 규모로 적기에 지원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요식행위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부산지역 매출액 상위 600개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벌였다. 조사에 응답한 기업은 251개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