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10년이 지났음에도 청산하지 않은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17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일부 조합이 고의적으로 조합 청산을 지연시켜 조합원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의뢰, 조합설립인가 취소 등의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23일 서울시는 올 7월부터 9월까지 ‘2023년 상반기 정비사업 조합 해산·청산 일제조사’를 시행한 결과 총 167곳이 정비사업 준공에 따른 이전고시 완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산·청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시가 준공 후 정비 조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이 끝난 후 조합이 남은 자금을 청산해 조합원에게 돌려주고 해산해야 함에도 조합장 등의 급여를 지급하고 여러 명목으로 조합비를 사용하며 고의로 조합 해산을 늦추는 조합이 다수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시는 조합의 해산·청산에 대한 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지난 7월 조례를 개정한 바 있다.
조사에 따르면 준공 이후 10~15년이 지났음에도 해산·청산하지 않은 조합은 무려 17곳으로 집계됐다. 준공 5년~10년인 조합도 31곳에 달했으며 3~5년은 24곳, 1~3년은 68곳으로 나타났다. 준공일로부터 1년 이내 미해산·미청산 상태인 곳은 27곳에 그쳤다. 주요 지연사유는 소송 진행이 79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조합장 또는 청산인의 소재 불명(42곳) △잔존업무 처리 등 정상 추진 중(36곳) △시공사와의 분쟁(6곳) △채권·채무 관계(4곳) 등이 뒤를 이었다.
사업 후에도 조합이 남아 비용을 지출하면 이는 고스란이 조합원의 손실로 돌아간다. 실제로 올 상반기 해산된 조합은 12곳, 청산된 조합은 25곳이였는데 해산된 조합 대표청산인의 보수는 평균 연봉 4800만 원으로, 최고 연봉 1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일부 조합이 불필요한 소송을 통해 의도적으로 해산·청산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는 사례가 발견됐다”며 “조합의 해산·청산이 지연되면 그만큼 조합 운영을 위한 각종 경비가 소모되고 조합원에게 배당돼야 할 청산금이 줄어들어 조합원은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시는 지연원인을 분석해 조합장 등에 대한 수사 의뢰, 조합설립인가 취소 등 강력한 법적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시는 또 청산 과정에서 정기적인 정보공개 의무 및 관련 자료 보관 의무를 위반한 의혹이 있는 청산인 22명에 대해서는 벌칙 규정에 따라 수사 의뢰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전고시 1년 이내에 해산총회 의결을 하지 않은 조합 8곳에 대해서는 법령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도록 자치구에 요청했다.
시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시·구 합동점검단을 구성해 해산 또는 청산업무 관련 민원이 있는 정비사업 조합 4곳에 대한 실태점검을 병행하고 있으며, 해산·청산절차가 신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하반기 일제조사를 올 12월부터 시행하며, 자치구의 조합 관리실태를 평가해 담당공무원에게 적절한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부여할 예정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이번 일제조사를 통해 정비사업 조합의 해산과 청산업무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고 지연 조합이 대폭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속적인 현장점검과 제도개선을 통해 앞으로도 조합 운영을 더욱 엄격하고 내실 있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