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6일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위한 수요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의사단체가 "이해상충에 따라 왜곡된 조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의사 양성 지원 계획과 각 대학의 교육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의사 양성의 질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준비 중인 의료사고 부담 완화, 수가 보상, 근무여건 개선 등은 지역·필수의료를 회복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으로 의료계가 강력히 제안해 왔던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의대정원 수요조사’를 진행하는 데 대해서는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의대 정원에 대한 수요조사가 의과대학, 부속병원, 지자체나 지역의 정치인 등 의대정원 확대를 바라는 대상의 희망만으로 결과가 도출될 경우, 조사의 객관성은 상실되고 과학적인 근거 분석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들은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 재정, 의사 양성에 대한 정부의 지원 계획, 각 의과대학의 인증된 교육 여건 및 능력 등 의대정원 확대의 타당성과 현장의 수용 능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의사 양성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이 보장돼야 한다"며 해외 사례를 예로 들었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진 않았으나 선진국은 필요한 의사인력이나 적정 입학정원에 대한 추계를 주관적 수요가 아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아, 분만,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현실은 ‘밑 빠진 독’과 다를 바가 없다"며 "필수의료 인력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항아리 밖으로 이탈하지 않게 하려면 구멍 난 필수의료의 빈틈을 먼저 보수하고 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와 헌신에 대한 합당한 대우는 필수의료라는 항아리의 깨진 빈틈을 메우는 사회 안전망"이라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지 못한 근거가 바탕이 된 잘못된 정책은 국가 재정의 낭비와 사회적 부작용이라는 부메랑이 돼 되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무너져 가는 의협이 지역·필의료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의 어떠한 논의에도 최선을 다해 참여하고 있다"며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협의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정부가 2025년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늘리고, 현 정권 내 30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당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증원하되, 대학의 사정에 따라서는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발표한 데 대해서는 다소 누그러진 반응이다. 의협 집행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보건복지부와 제15차 의료현안 협의체를 갖고 지역·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과 의사 인력 확충 등에 대해 논의했다. 협의체는 당초 오는 11월 2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개최일이 앞당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