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자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선택할 때 수수료와 더불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빗썸·코빗 등 주요 거래소가 경쟁적으로 수수료 전면 무료화 정책을 내놓은 시점에 나온 주장이라 업계 이목이 쏠린다.
27일 국내 웹3 블록체인 컨설팅 기업 디스프레드의 리서치 전담 조직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국내 중앙화 거래소와 가상자산 투자자 성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빗썸 수수료 무료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를 진단하고 업비트 이용자가 선호하는 가상자산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보고서에 따르면 빗썸이 이달 4일 시행한 수수료 무료 정책은 단기적 효과에 그쳤다. 정책 시행 직후 빗썸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겼지만 다시 하락세를 보이다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수수료 무료 정책이 장기적으로 거래소 성장에 기여하는 정책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 투자자자가 거래소를 선택하는 기준이 수수료 유무 여부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업비트 입출금 네트워크 트랜잭션 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업비트 이용자는 해외 거래소로 자금을 이전하기 위해 업비트를 사용한다. 업비트 이용자는 가상자산 전송 시 트론(TRX)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론 네트워크는 트랜잭션 수수료가 저렴하고 거래 처리 속도가 빠르다. 이용자가 입출금 시 사용하는 네트워크 가운데 이더리움과 트론 네트워크의 트랜잭션 수를 비교해 보면 트론 네트워크 점유율은 약 65~80%에 달했다. 코인메트릭스에 따르면 트론 네트워크를 통한 테더(USDT) 트랜잭션 수는 일 200만 회인 반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통한 트랜잭션 수는 일 10만 회 수준에 그쳤다. 디스프레드 리서치는 “데이터를 종합해 봤을 때 업비트 이용자는 온체인 프로덕트를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외 중앙화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보내기 위해 업비트를 일종의 환전소로 이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업비트에서 김치코인 거래량이 활발한 반면 메이저 코인의 거래 활성도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팀 달러(SBD), 모스 코인(MOC), 히포크랏(HPO)은 거래량 100%가 업비트에서 발생했다. 센티넬 프로토콜(UPP), 아하토큰(AHT), 그로스톨코인(GRS) 등도 주로 업비트에서만 거래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폴리곤(MATIC) 등 메이저 코인의 업비트 내 거래량 비중은 다른 글로벌 거래소와 비교해 현저히 저조했다. ETH의 글로벌 전체 거래량 가운데 업비트에서 발생한 거래량 비중은 0.3%에 불과했다.
10월 셋째 주 기준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된 가상자산은 룸 네트워크(LOOM)로, 총 거래량 중 62%가 국내 거래소에서 발생했다. LOOM은 지난 9월 15일부터 한 달 동안 10배 넘게 폭등해 68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이날 기준 LOOM은 140원 대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보고서는 “급격한 가격 변동성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한국 투자자를 매료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임건우 디스프레드 데이터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모든 국가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보다 각 지역 특성을 이해하고 현지 상황에 맞는 GTM(Go-To-Market)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