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핵심 신약 후보 물질을 소개하기도 하고 위탁개발생산(CDMO) 기술로 글로벌 빅파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김경진 에스티팜(237690) 대표)
“코로나19 이후 K바이오 위상이 크게 올라간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뭐 하는 회사냐고 물어봤다면 올해는 제품을 먼저 알고 파트너십을 맺자고 찾아왔습니다.”(김도영 대웅제약 글로벌사업본부 센터장)
26일(현지 시간) 폐막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제약산업전시회(CPHI)는 달라진 K바이오의 위상을 다시 실감하는 자리였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행사 기간 동안 홀8까지 펼쳐진 넓은 전시장 곳곳에 72개의 부스를 열고 해외 진출을 위해 파트너사들을 맞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CPHI의 스폰서로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배너로 관람객들을 환영했다. 약 68평의 부스는 대부분 고객사 미팅을 위한 자리로 활용됐다. 존 림 사장과 제임스 최 부사장은 행사 기간 대부분을 글로벌 제약·바이오사 관계자들과의 미팅에 할애했다. 림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계를 맺은 글로벌 빅파마 14곳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며 “내년 4월 가동할 5공장과 항체약물접합체(ADC) 관련 수주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9월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기업인 CBM을 인수한 SK팜테코 역시 글로벌 수주전에 나섰다. 첫날부터 30분 단위로 고객사 미팅이 이어졌다. 요그 알그림 대표는 “내가 30여 개, 우리 팀은 80개 이상의 기존 및 신규 잠재 고객 미팅을 소화했다”며 “CGT 매출이 매년 150~200%씩 성장하고 있는 만큼 SK팜테코는 몇 년 후 1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스티팜은 지난달 제2올리고동을 착공하면서 잠재 고객사 모시기에 나섰다. 2025년 완공, 2026년 공장 가동이 목표다. 제1올리고동은 신약 허가 전 생산 시설 점검(PAI) 실사 3건을 연달아 받았다. 에스티팜의 CDMO를 통해 나오는 신약이 3개 대기하고 있다는 뜻이다. 30여 명의 영업 인력과 함께 바르셀로나를 찾은 김경진 대표는 사전 계획된 미팅 80건을 소화하느라 행사 기간 내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김 대표는 “지금부터 수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2026년 가동 시점에 맞춰 공장 전체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며 “이번 CPHI에서는 기존 고객사들과의 미팅은 물론 신규 고객사들과의 새로운 논의 진행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고 말했다.
CPHI에 처음 부스를 설치한 GC녹십자(006280)는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무제한 콘텐츠 제공, 검색 결과 상위 노출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플래티넘 멤버십 자격으로 참가했다. 백신·혈액제제 등 완제품 수출뿐만 아니라 위탁생산(CMO) 사업의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수많은 글로벌 고객사들을 만났다. LX판토스는 국내 물류 기업 중 최초로 단독 부스를 열고 글로벌 네트워크 경쟁력과 의약품 콜드체인 물류 역량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판토스 헬스케어(Pantos Healthcare)’ 특화 서비스를 소개하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홀3 중앙에 위치한 셀트리온(068270) 부스에는 행사 기간 동안 약 1500명이 몰려 램시마, 유플라이마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주력 제품군과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한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셀트리온은 의약품위탁생산(CMO) 부문에서 제품 파이프라인의 생산 가능 업체를 추가로 확보하고, 고객사와 제조원가 절감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글로벌 임상시험대행(CRO) 수행 업체 발굴과 신약 파트너링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CPHI 단독부스 참가를 통해 회사의 브랜드 가치와 향후 비전을 알리고, 다양한 파트너링 미팅을 통해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홀7에서는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를 중심으로 40여 개 업체들이 모여 ‘한국관’ 부스를 꾸몄다. 경보제약·국제약품·다산제약·다온메디칼·동방에프티엘·명문제약·비전메드·유유제약 등이 자리했다. CPHI에 참가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총출동해 글로벌 경쟁력을 선보이고 해외 파트너사들과 협력의 폭을 확대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기업들이 내세운 제품과 파이프라인, 생산 및 연구개발(R&D) 역량 등은 한국이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앞으로 CPHI, 바이오USA,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이어질 K바이오의 눈부신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