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재연장했다. 이미 활동 기한을 한 차례 연장했지만 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해서다. 당장 7개월이라는 시간을 추가로 확보하기는 했지만 1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논의가 막판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는 31일 본회의에서 정개특위와 연금특위 활동 기간 연장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두 특위는 제21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 29일까지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7월 구성된 두 특위는 당초 4월까지이던 활동 기한을 이달 말까지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내년 4월 치러지는 제21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도를 정해야 하는 정개특위다. 법정 선거구 획정 기한(3월 10일)은 이미 넘긴 지 오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이달 12일까지는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또한 지키지 못했다. 여야는 3월 선거제 개편 결의안을 의결한 데 이어 4월에는 20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부활시켜가며 토론을 이어갔지만 여전히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가까스로 정개특위의 활동 기한은 연장시켰지만 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 문제부터 비례의원 선출 방식까지 여야가 입장 차를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갖는 ‘병립형 비례대표’로의 회귀를 희망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는 현행대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는 수도권·중부·남부(영·호남) 등 3개 권역별 비례제로 하는 방안에 대해 의원들이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지난 총선 최대 폐해로 불리는 ‘위성정당’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선거제도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신당 창당 및 제3지대 ‘빅텐트’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시간에 쫓긴 나머지 누더기 선거제도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선거구 획정은 또 다른 문제다. 선거구획정위에 따르면 현재 인구 초과 혹은 미달을 이유로 합·분구 등 조정이 필요한 선거구는 31곳에 달한다. 거대 양당이 서로의 실리를 얻기 위해 ‘게리맨더링’을 할 여지도 충분히 남아 있다. 자칫 이번 총선에서도 유권자는 물론 후보들까지 자신의 지역구를 알지 못한 채 ‘깜깜이 선거운동’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정개특위만큼 시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연금특위도 상황이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연금 개혁은 윤석열 정부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여야는 정부 개혁안에 대한 평가부터 상반된 반응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에 대해 사실상 ‘맹탕 개혁안’이라는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연금 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득대체율과 보험률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사실상 연금 개혁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구조 개혁 방향으로 부과식에서 적립식으로의 운용 방식 전환 및 기초연금과의 통합을 제시하고 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대한민국의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기본 틀을 바꾸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당정은 미래 세대를 위해 새 연금제도 구축을 목표에 두고 구조를 바꾸는 지속 가능한 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또한 관건은 ‘총선’이다.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불리는 연금 개혁에 함부로 손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연금 개혁 과제는 또다시 제22대 국회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