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심장마비로 별세한 리커창 전 중국 총리의 영결식이 2일 오전 수도 베이징에서 엄수됐다. 톈안먼광장 등에는 조기가 걸렸지만 중국 당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등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열기가 정부 비판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듯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대만 경제일보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리 전 총리에 대한 영결식이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공원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영결식 현장 사진도 함께 공개했는데 영정 사진 속 리 전 총리는 정장 차림에 안경을 쓴 모습이었다. 영결식은 각각 지난해 말, 2019년 7월 엄수된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리펑 전 총리의 영결식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 매체들도 리 전 총리의 영결식 소식을 전했다.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리 전 총리 시신 앞에서 세 차례 허리를 굽혀 조의를 표한 뒤 유족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리창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당정 지도자들도 묵념했다.
고위급 인사가 별세했을 때마다 영결식이 열렸던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공원 인근에는 이날 아침부터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혁명공원 인근의 통행이 통제되자 시민들은 바로 옆 지하철역인 위취안루역 교차로에 모였다. 시민들 사이사이에는 공안으로 보이는 사복 차림의 남성 수십 명이 퍼진 채 바쁘게 주변을 살폈다. 톈안먼광장 주변에서는 지하철 1호선 톈안먼동·톈안먼서역이 모두 폐쇄돼 열차는 무정차 통과했고 광장 근처에서 행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초소와 절차가 모두 평소보다 늘어나 인근 3~4㎞ 곳곳에 검문·검색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생겼다.
온라인에서는 검열이 다소 완화된 모습이었다. 소셜미디어 웨이보는 별세 당일 ‘리커창 동지 서거’ 해시태그를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렸다가 곧 목록에서 내렸으나 이날은 ‘리커창 동지 시신 베이징에서 화장’ ‘리커창 동지 생평(생전 평가)’ ‘리커창 동지 생평·사진’ 등이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현 지도부 등을 비판하는 뉘앙스의 게시물은 속속 삭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