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이 특수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한국전력공사가 한전채를 발행하듯 신보가 시장에 뛰어들어 저리로 자금을 구해 기업 지원 역량을 높이려는 취지에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는 최근 유동화회사보증(P-CBO) 발행 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특히 신보는 유동화증권을 직접 발행하는 안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는 2026년까지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신보의 P-CBO는 개별 기업의 회사채 등을 기초자산 삼아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증제도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의 자금난을 틔워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신보 P-CBO는 유동화전문회사(SPC)를 통해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보가 향후 SPC를 거치지 않고 유동화증권을 직접 발행하려는 것은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다. 최근 P-CBO 발행금리 추이를 보면 2020년만 하더라도 1.31%에 그쳤으나 2022년 6.03%로 급등했고 현재도 4%대로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SPC를 통해 발행되는 유동화증권은 일반 회사채로 분류되지만 신보가 직접 발행하면 특수채로 구분된다. 특수채는 한전(한전채)과 주택금융공사(MBS·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 등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일반 회사채보다 신용도가 높아 투자 수요가 큰 만큼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 조달 비용이 낮아질수록 P-CBO를 찾는 기업의 금리 부담도 줄 것으로 신보는 기대하고 있다.
신보 관계자는 “유동화증권을 직접 발행하면 자본시장법상 특수채로 인정돼 회사채 대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SPC를 통해 발행할 때 드는 일종의 대행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금리 절감 규모는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당장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 P-CBO를 찾는 기업이 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P-CBO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보증 공급 규모는 2019년 2조 원 수준에서 2020년 6조 7000억 원으로 뛰었고 이후에도 5조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P-CBO는 원래 자력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투기등급 회사들을 위한 제도”라면서 “코로나19 이후 대기업 계열사들의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P-CBO 수요가 커지자 신보는 투자처를 해외로 넓혀 금리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신보는 지난해 5월 해외에 처음 나서 3억 달러 규모의 P-CBO를 발행한 바 있다. 신보는 “과거에는 연간 발행 규모가 일정하지 않았으나 최근 P-CBO 보증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금융 비용도 커지고 있어 해외 발행 규모도 점차 확대해나가는 등 조달 방식을 바꿔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