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한데 이어 엑스(X·옛 트위터)가 AI 챗봇 ‘그록(Grok)’을 공개하며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시장 주도권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AI 시장 변화를 주도하던 오픈AI는 최근 이사회 교체사태 등 내홍을 겪으며 ‘GPT스토어’ 출시 시점을 내년 초로 연기해, AI 시장에서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네이버는 한국어에 최적화된 AI를, LG나 엔씨소프트 등은 특정 특정 산업에 최적화된 AI를 각각 공개하며 안방사수 및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의 거침없는 질주에 대응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형 AI 시장 주도한다”
9일 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검색 노하우 및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 학습에 기반한 멀티모달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AI 시장 패권을 쥐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의 핵심에는 구글이 이달 6일 공개한 제미나이가 있다.
제미나이는 대규모 다중작업언어이해(MMLU)에서 인간 전문가(89.8%) 보다 높은 90%의 정답률을 기록한 ‘울트라(Ultra)’를 비롯해 범용서비스 ‘프로(Pro)’, 온디바이스 형태로 구현 예정인 ‘나노(Nano)’ 등 3개 모델로 출시된다. 제미나이 프로는 이미 구글의 챗봇AI 서비스 ‘바드’에 적용됐으며 제미나이 울트라는 내년 초 ‘바드 어드밴스트’라는 이름으로 바드에 탑재될 예정이다. 제미나이 나노는 클라우드 접속없이 단말기 자체에서 AI 관련 연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온디바이스 형태로 구현되며 구글이 올 10월 공개한 스마트폰 ‘픽셀8 프로’에 탑재된다.
구글은 올 2월 자체 초거대언어모델 ‘람다(LaMDA)’를 기반으로 한 AI 챗봇 바드를 공개했지만, 시연 당시 오답을 내놓으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가 하루만에 7.68% 폭락한 바 있다. 이후 구글이 보다 진화된 LLM ‘팜2(PaLM2)’를 기반으로 챗봇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아예 신규 LLM인 제미나이를 공개하며 사실상 새판을 짰다. 구글은 올 4월 ‘알파고’의 아버지로 유명한 데미스 허사비스 주도로 AI 조직 구글브레인과 딥마인드를 ‘구글 딥마인드로’ 통합한 후 제미나이 개발에 매진하며 칼날을 벼린 바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 제미나이가 바드에 탑재된 ‘프로’ 모델을 기준으로 챗GPT 보다 낫고 GPT4.0 보다 못한 정확도를 보인다고 분석한다. 다만 조만간 선보일 ‘제미나이 울트라’ 모델은 GPT4.0의 경쟁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챗GPT와 같은 AI챗봇은 기존에 학습한 데이터 및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답변을 제공하는데, 검색 부문 최강자는 구글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신 유행어 등에 대한 답변은 학습 보다는 검색을 통해 답변의 정확도가 높다는 점에서, 구글의 높은 검색 적중률이 AI챗봇 바드의 정확도를 한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여기에 구글이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도 구글의 높은 AI 경쟁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멀티모달이 향후 AI 서비스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인데 유튜브는 관련 학습용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있다. 최근 AI 챗봇의 학습용 데이터 확보가 AI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글 AI는 여타 업체 대비 보다 빠르게 성능을 고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도 AI 전쟁 참전
여기에 오픈AI 초기 창립 멤버이자 글로벌 IT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AI판에 뛰어들며 AI주도권 다툼 양상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엑스는 8일(현지시간) 오후 AI 챗봇 그록을 배포했다.
그록은 미국에서 X 계정 이용자 중 광고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월 16달러 요금제 ‘프리미엄 플러스’ 가입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 AI 챗봇 서비스 그록은 올 7월 설립된 xAI가 개발한 자체 LLM ‘그록-1(Grok-1)’을 기반으로 구동된다. X가 단문으로 구성된 대화와 관련해 천문학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답변 정확도가 여타 AI 서비스 못지 않게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대표로 있는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를 비롯한 각종 차량주행 서비스와 ‘그록’이 결합될 경우 자율주행차 부문으로까지 AI 서비스 영역을 확장될 수 있는 것 또한 강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의 절대강자 메타(옛 페이스북) 또한 AI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메타와 IBM을 비롯해 50개 이상 AI 업체는 최근 ‘AI 동맹(Alliance)’을 결성했다. 이들 동맹은 구글이나 오픈AI와 달리 LLM을 오픈 소스로 제공해 다수의 개발자를 자신의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 메타는 올초부터 자체 LLM ‘라마(LLaMA)’의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등을 외부에 무료로 공개하며 수익 모델 확보 보다는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메타가 결성한 동맹에는 인텔, AMD, 오라클 등 기업과 사일로 AI, 스태빌리티 AI 등 스타트업, 예일대, 코넬대 등 대학 및 항공우주국(NASA), 국립과학재단(NSF) 등 미국 정부기관도 참여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야후 등 여러 업체가 난립했던 글로벌 검색 시장을, 현재는 구글이 대부분 장악한 것처럼 생성형 AI 시장 또한 수년 뒤 글로벌 빅테크 한곳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생성형AI용 인프라 구축 및 답변 추론과정에서 소모되는 전기요금 등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한국IT 기업들이 글로벌 빅테크를 상대로 AI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