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비명계 반발에도…이재명 “뭐가 문제냐”딴청

당내 계파분열 한층 격화되는데

李 거취 언급 없이 정책 발언만

‘신당설’ 이낙연-‘탈당’ 이상민 회동

정세균은 친명·비명 두루 소통 행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권욱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권욱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리스크로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정작 당사자는 사퇴를 요구하는 비명계 등에 딴청을 피우는 듯한 근황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으나 공개 발언에서 자신의 거취나 당내 갈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 대신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고도 반성은커녕 뻔뻔한 무대응으로 응수했다”며 시선을 외부 주제로 돌렸다.



또한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며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포함해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에 전면적 전환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이 대표의 행보 관련 문제에 대한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내년 총선을 정책 선거로 치르겠다는 기조 아래 당내 상황보다는 민생·경제 위주의 메시지를 주로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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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계파 간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 비명계의 공천 학살 우려는 어떻게 해소할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당 외부에만 시선을 두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불만도 곳곳에서 나오는 모습이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이 최근 이 대표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이 대표가) ‘뭐가 문제냐’고 해서 몇 년 동안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니 정말 막막하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이 대표가 자신의 거취 결단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이 비명계 의원들이 세력 규합에 나서며 친명계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신당 창당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탈당한 비명계 이상민 의원과 30분간 만나 ‘이재명 체제’에 대항하는 세력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날 국회를 찾은 정세균 전 총리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표와 언제든 만날 수 있다”며 비명계 결집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 출신 전직 총리 3인의 연대설에 대해서는 “김부겸 전 총리와 만난 적이 있다”면서도 “(연대설은) 실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전 총리는 이 대표와의 만남 일정도 조율하며 친명·비명계와 두루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 갈등이 진화될 분위기가 보이지 않자 당내 중진·원로들까지 나서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쪽(국민의힘)이 전쟁할 때 우리가 뭉치면 승리하지만 우리도 분열의 길로 간다면 민주주의와 진보 진영에 반역자가 된다”며 “이 대표는 소통이 필요하고 이 전 대표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낙연(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무소속 이상민 의원과 대화를 나눈 후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낙연(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무소속 이상민 의원과 대화를 나눈 후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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