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앞다퉈 차액결제거래(CFD) 영업을 재개했지만 강화된 규제, 공매도 금지 조치에 횡보장까지 겹치면서 CFD 잔액은 최근 100일 동안 오히려 8.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거금을 포함한 업계 내 총 CFD 명목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1조 1651억 원이었다. CFD 재개 하루 전인 8월 31일(1조 2726억 원)보다 8.4% 줄어든 수치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8개 종목 하한가 사태가 빚어지기 직전인 3월 말 잔액(2조 7697억 원)과 비교하면 57.9%나 급감했다.
종목별로는 제이알글로벌리츠(587억 원)의 잔액이 가장 많았다. 고금리 지속, 부동산 경기 악화로 리츠(부동산 투자 회사) 종목이 대거 하락하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 뒤를 유한양행(547억 원), 넥스틴(381억 원), 메디톡스(325억 원), 삼성전자(316억 원) 등이 이었다.
CFD는 담보 성격인 증거금만 내면 최대 2.5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 거래 방식이다. 예컨대 증거금을 40만 원만 내면 60만 원을 빌려서 100만 원어치를 투자할 수 있다. CFD는 라덕연 사태 이후 시세조종 악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빗발치자 6월 12일 전면 중단됐다가 9월 1일부터 재개됐다. 금융 당국은 서비스를 다시 개시하면서 투자자 요건을 강화하고 투명성 제고하는 조치를 적용했다. CFD 재개 이후에는 메리츠·교보·유진투자·유안타·하이투자·NH투자·하나증권 등 8개 증권사가 관련 영업에 뛰어들었다.
CFD가 재개된 이후 잔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달 금융 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와 최근 주도주를 실종한 박스권 장세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국의 감시망이 강화된 점이 공격적인 영업 활동에 부담을 준다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로 CFD 잔액이 줄어들면서 증권사들의 관련 수익성도 대부분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증권사는 CFD 고객에게 신용융자도 빌려줘 이자를 받아 수익을 챙긴다. CFD 서비스를 내놓은 증권사 수도 중단 이전 13곳에 비해 여전히 5곳이나 적은 상태다.
A증권사 관계자는 “CFD 잔액 감소는 곧 대출이 줄어든 것과 같아 예전처럼 이자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은 CFD를 높은 수익을 내는 창구로 활용하기보다는 이른바 ‘큰 손 고객’을 위한 절세 수단으로만 두겠다는 입장이다. 현 규정 상 특정 종목을 10억 원 이상 직접 보유한 대주주는 양도 차익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CFD는 증권사가 기초자산의 소유권을 갖는 만큼 파생상품 양도소득세만 11% 내면 된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공시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점도 고액 자산가 입장에서는 투자 혜택에 해당한다. 신한투자·키움·삼성·DB금융투자(016610)증권 등 기존에 CFD 영업을 하다가 재개하지 않고 있는 증권사들도 서비스를 다시 시작하라는 고객들의 요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B증권사 관계자는 “당국 규제가 삼엄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거래를 활성화할 이벤트를 내놓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