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앞서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8년 뒤로 밀릴 것이라는 일본 경제연구소의 전망이 나왔다. 중국은 부동산 불안과 인구 감소, 정치 문제 등의 악재로 ‘2035년 GDP 2배 성장’이라는 시진핑 정권의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진단됐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19일 아시아태평양 35개 국가에 대한 2035년까지의 경제성장 전망을 정리한 ‘아시아 경제 중기 예측’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JCER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역전할 것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의 1인당 명목 GDP는 3만 3915달러로 한국(3만 2305달러)을 약 5% 웃돌았다.
JCER은 역전 예측 시점을 늦춘 이유로 일본 내 인플레이션 확산과 엔화 환율 변동을 꼽았다. 물가가 오르고 엔저 현상이 완화하면서 일본의 명목 GDP 전망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종합 물가 동향을 나타내는 7~9월 GDP 디플레이터(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상승해 1981년 1~3월 이후 가장 큰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수준이 전년 대비 이만큼 상승했다는 의미다.
일본 GDP에 이 같은 ‘상승 재료’가 반영된 반면 한국의 경우 반도체 시황이 역전 지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JCER은 “한국은 일본보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반도체 시황 조정이 경제성장에 부하를 준다”며 “미 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도 한국 기업에는 지속적인 리스크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세계 수출 전망의 영향을 받았지만 기업들의 안정적인 가격 전가와 견조한 내수가 이를 상쇄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JCER은 부동산 버블 붕괴와 이에 따른 금융위기로 중국 경기가 둔화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야망은 예측상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고 밝혔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시진핑 3기가 끝나는 2027년 과도한 채무가 금융 불안을 일으켜 기업 투자가 악화하고 실질 성장률이 ‘제로’가 되는 상황을 상정했다. 이 경우 2035년 중국의 GDP는 21조 3800억 달러로 2020년 GDP(14조 8600억 달러)의 1.4배가 된다. 시진핑 정권은 2035년까지 명목 GDP를 2020년의 2배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건 상태다. 중국의 경기 감속으로 무역 규모(액수)가 리먼브러더스 쇼크 수준으로 침체할 경우 중국 외 국가와 지역의 실질 성장률도 1%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위기가 일어나지 않는 표준 시나리오에서도 전망은 어둡다. 2029년 실질 성장률은 3%가 무너져 2%대에 머물고 2035년에는 1%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JCER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2035년 미국과 중국의 명목 GDP 전망치 차액을 5조 4000억 달러로 추산했으나 이번에는 2배에 가까운 10조 6000억 달러로 수정했다. 센터는 부동산 부문의 불황과 이로 인한 금융위기, 시진핑 정권의 독재화, 예상을 뛰어넘는 인구 감소 등을 리스크로 꼽았다. 또한 2019년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성장률이 둔화해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중소득국의 덫’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