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추진하는 한국앤컴퍼니(000240) 공개매수의 청약이 22일 마감을 앞둔 가운데 시장은 MBK의 이번 시도가 실패에 그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MBK가 제시한 공개매수가보다 현재 장내 거래되는 주가가 훨씬 낮은 상태에서 청약 대리 기관인 한국투자증권의 지점 객장에서도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가 묻어나고 있다.
이날 오전 방문한 한국투자증권의 한 지점에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속 공개매수 청약에 나서려는 개인투자자들은 많지 않은 모습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전날까지 공개매수에 청약 접수한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면서도 "이날 조금씩 물량이 접수되면서 이 지점에서는 현재까지 30명 정도만 청약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기준 한국앤컴퍼니 주가도 전일 대비 2.10% 하락한 1만6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MBK는 주당 2만4000원에 전체 발행주식수의 20.35~27.32%를 인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 5일부터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청약을 받아 왔다. 그러나 MBK는 계획해둔 최소 물량이 접수되지 않으면 단 한주도 매집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이에 시장은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공개매수 실패를 예상하는 것은 시중에 남아 있는 한국앤컴퍼니 유통 주식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조양래 명예회장, 이들의 우군으로 등장한 효성첨단소재(298050) 등이 총 47.16%를 확보한 가운데 반대측에 선 조현식 고문·조희경 씨 등은 30.35%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조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희경씨(0.81%)만 공개매수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조 회장 측 우군으로 알려진 hy도 약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도 5% 미만 굵직한 지분을 여전히 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공모펀드 운용사들이 보유한 지분도 2%에 달해 사실상 개인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전체 지분은 15% 안팎에 불과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국민연금까지 공개매수에 참여하더라도 남아있는 개인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물량 전체를 다 청약해야 MBK에 승산이 있다"면서 "공개매수 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약 30% 높은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시장이 이미 실패에 베팅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대대적인 인사로 임원 물갈이를 한 것이 이번 청약에 다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공개매수 성공을 위해서는 주관 증권사에서 다양한 헤지펀드들을 접촉해가며 시장 물량을 긁어모으게 한 뒤 청약을 유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펼쳐진 오스템임플란트와 SM엔터테인먼트 등의 공개매수에서도 이 같은 전략이 발휘돼 성공을 거뒀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김성환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공개매수 청약기간 중이었던 이달 초부터 조직 개편을 실시한 뒤 21일 공식적으로 임원 인사를 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임원 인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져 조직이 다시 세팅되고 있는 단계"라며 "기존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담당했던 임원 등이 퇴진하면서 이번 거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할 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