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한때 업비트의 거래량을 추월하며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과 테더USD(USDT) 상장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USDT가 가상자산 범죄에 활용될 여지가 있는 만큼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13분 코인마켓캡 기준 빗썸의 24시간 거래량은 5조 402억 원으로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4조 4100억 원)의 거래량을 제치며 한때 점유율 50%를 넘겼다. 코빗(991억 원)과 코인원(947억 원), 고팍스(149억 원)가 뒤를 이었다. 다만 28일 오전 9시 30분 빗썸의 거래량은 3조 3467억 원으로 떨어져 업비트(4조 4100억 원)에 1위 자리를 다시 내줬다.
지난 2019년까지 최대 거래량을 기록하던 빗썸은 이듬해 업비트와 비슷한 거래량을 보이며 경쟁했다. 그러나 업비트가 지난 2021년 케이뱅크에서 실명계좌를 발급 받은 뒤부터 2위 거래소의 입지를 유지했다. 약 3년 만에 업비트를 넘어선 것이다.
빗썸의 거래량 상승은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무료화 정책에서 시작됐다. 빗썸은 지난 10월 점유율 확대를 위해 거래 수수료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빗썸의 점유율은 20%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또 빗썸은 올해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멤버십 프로그램과 랜덤 가상자산 지급 이벤트 등 투자자 유입에 공을 들였. 지난해 상장 폐지한 위믹스(WEMIX)도 이달 들어 재상장했다. 빗썸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 정책 이후 비트코인(BTC) 가격이 올랐고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신규 투자자가 유입됐다”며 “멤버십 정책과 투자자가 관심이 많은 가상자산을 상장한 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빗썸이 지난 7일 상장한 USDT 거래량 급증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USDT는 미국 달러와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스테이블코인이다. 해외에서 차익거래가 아닌 가상자산 교환·환전에 주로 쓰인다. 28일 기준 빗썸에서 USDT의 거래량은 약 9230억 원으로 BTC에 이어 2위다. 빗썸 전체 거래량의 3분의 1 가까이 차지한 셈이다. BTC 거래량(1조 1056억 원)과도 큰 차이가 없다.
특히 USDT 거래의 절반은 상위 보유자 10명이 차지했다. ‘고래’라고 불리는 가상자산 업계 큰 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결국 거래소의 수익은 거래량에 달렸다”며 “거래소들은 고래들을 어떻게 유입·유지할지에 대한 고민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 관계자는 “(USDT 대량 구매자들이) 환율 상승이나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USDT를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USDT의 거래량 급증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원화로 거래하는 국내 거래소의 특성상 일반 투자자가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할 이유가 적다. 국내에서 구매된 USDT가 ‘불법 환치기’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지난 5일 USDT를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로 160억 원 상당을 해외로 빼돌린 일당을 검거했다. 국내의 원정 도박꾼들로부터 원화를 받아 USDT를 구매, 해외로 전송하는 수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USDT는 환치기 등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그만큼 (거래소 차원에서) 위험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빗썸 관계자는 “의심 거래를 꾸준히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