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차기 대표에 정신아 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내정한 지 한 달이 됐다. 정 내정자의 지난 한 달은 많은 변화들로 빼곡했다. 정 내정자는 가장 먼저 직원 1000명을 만나겠다고 했고 이어 계열사 간 협의를 위해 만든 CA협의체에 대한 대대적 구조 개편도 단행했다.
일련의 변화들이 속도감 있게 이뤄졌지만 기시감을 떨치기 어렵다. 1000명을 만나겠다고 한 것은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위기 때마다 꺼내들었던 ‘브라이언톡’을 떠오르게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에도 브라이언톡을 통해 직원들을 만났지만 각종 이슈의 중심에 놓인 계열사 직원들은 외면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뒷말을 남기기도 했다.
CA협의체 개선도 다르지 않다. 이번 개편으로 정 내정자와 김 창업자가 전면에 나서고 계열사 대표들이 세부 위원회를 통해 직접 이슈를 다루도록 했다. 그러나 CA협의체 개편도 잊을만 하면 나왔던 카드다. 카카오는 2022년 공동체 전략을 관리하기 위해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출범시켰다. 이후 CA협의체로 개편하고 지난해 9월에는 4인 체제로 전환하는 등 위기 때마다 변화를 도모했지만 위기의 불씨를 꺼뜨리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사내 공지를 통해 공동체를 이끌 새로운 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는 직원들을 ‘크루’라고 부르고 한 배를 탄 동료라 칭한다. 하지만 선체를 바꿔도 선장이 그대로라면 배는 새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CA협의체를 재편했지만 협의체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협의체에 참여할 계열사 대표들일 것이다. 카카오 노조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직원들이 가장 우선순위에 둔 것도 단연 경영진 교체였다.
김 위원장의 호언처럼 사명까지 고칠 혁신을 예고하면서 정작 사람은 그대로라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기회에 대학과 직장 등 인연이 있는 사람을 중용하는 ‘브러더 인사’에서 벗어나 카카오의 미래를 새로 그릴 수 있는 참신한 인물들로 경영진을 구성해야 국민과 직원들로부터 쇄신 의지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내 계열사 대표 절반가량이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은 카카오에는 되레 위기 탈출과 경영 쇄신의 기회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