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가 미국 남부 켄터키 공장에서 전기차(EV)를 생산할 수 있도록 시설을 정비하면서 총 13억 달러(약 1조 7300억 원)를 투입한다. 배터리팩부터 차체에 이르는 조립·생산 기능을 한데 모아 미국 최초의 EV 거점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이다.
도요타는 7일 미국 내 주력 현장인 켄터키주 조지타운 공장 설비 개보수에 13억 달러를 투입해 기존의 내연차는 물론 EV도 함께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3열 다목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EV를 생산하는 목표도 내놓았다.
도요타는 현재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에도 내년 중 가동을 목표로 139억 달러를 들여 EV용 전지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서 나온 배터리를 차량용 전지 팩에 조립하는 생산라인이 켄터키 공장에 들어선다. 한 공장에서 차체·배터리팩을 모두 조립해 생산 효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켄터키 공장은 1986년부터 도요타의 북미 사업의 허브 역할을 해온 곳이다.
도요타의 이 같은 거점 구축 및 강화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EV 보조금 정책을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북미 지역에서 조립·생산된 EV와 배터리 등에 대한 보조금을 늘리며 대(對)중국 견제 및 공급망 확대에 주력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차량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 전액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북미 내 전지 생산’도 요건이 되고 있다”며 “이에 도요타도 미국 내 EV 일관(공정) 생산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EV 시장 수요가 낮아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EV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도요타도 2026년과 2030년 EV 세계 목표 판매 대수를 각각 150만 대, 350만 대로 잡았다. 특히 북미 지역은 세계 판매의 약 30%를 담당하는 핵심 시장인 만큼 앞으로 거점 강화 및 생산 효율성 확보를 위한 투자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서 생산하는 EV용 전지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한편, 도요타는 이날 도쿄증권시장에서 3.99% 오른 3260엔으로 마감했다. 전날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실적 전망치 상향이 장중 발표돼 한차례 주가가 뛴 가운데 장 마감 후에는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MSC의 구마모토 공장에 대한 출자 계획이 나오면서 이틀 연속 강세를 보였다. 닛케이는 “장중 주가 상승으로 도요타의 시가총액이 오전 한때 결산 발표 전인 6일 오전 대비 6조 6000억엔 늘었다”며 “(24시간 동안의 변화 치인) 6조엔은 미즈호파이낸셜그룹(6조 9000억엔), 다케다약품공업(6조 7000억엔) 등 대기업 전체 시총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