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의 차입금이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이로 인해 정부 지출 계획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선진국 38곳의 채권 발행 규모가 전년 대비 12% 증가한 15조 8000억 달러(약 2경 923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부 지원이 늘며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0년 규모를 뛰어넘는다.
채권 발행량 증가는 만기가 돌아온 채권이 늘어난 탓이 가장 크다. OECD의 추정에 따르면 차입 비용 증가로 인해 38개 회원국의 전체 이자 비용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9%에서 2026년 3.4%로 높아진다. 머티어스 코먼 OECD 사무총장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통화정책이 제한되는 새로운 거시경제 환경에서 세계 채권 시장은 변하고 있다”며 “새로운 재정 수요가 생기는 시점에 정부 지출과 금융 안전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진 것도 정부 차입 계획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최소 여섯 번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현재는 3~4회 정도로 눈높이를 낮춘 상황이다. 실제 ECB는 이날 4.5%인 기준금리를 재차 동결했다.
채권의 과잉 발행은 시장에 재차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채금리(수익률)가 급등하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채권 투자사인 PGIM채권의 로버트 팁 책임자는 “OECD 국가 부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 지금 같은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된다면 지난해 가을의 공포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연준의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부터 10월 말까지 7주간 4.1%에서 5%로 상승하며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재정 부양책을 강화하고 무역 전쟁을 벌이겠다는 약속도 비슷한 변동성과 신용 스프레드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OECD의 총국가부채는 올해 4% 증가한 56조 달러(약 7경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1%포인트 오른 84%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