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교육 카르텔’ 있었다…뒷돈 받고 문제 팔아넘긴 현직 교사 등 56명 적발

감사원,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문제됐던 2023년도 수능 23번 문제 관련자들도 포함

교원끼리 문항공급조직 구성해 학원·1타강사에게 팔기도

지난 2월 8일 서울 목동 학원가에 부착된 의대 입시 홍보 현수막.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지난 2월 8일 서울 목동 학원가에 부착된 의대 입시 홍보 현수막.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고등학교 교사들이 거액의 뒷돈을 받고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이 사실로 드러난 것으로 감사원은 관련 교원과 학원관계자 등 56명을 경찰청에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 수·증재 등이다.



감사원은 11일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감사에 따라 교원,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사 요청 대상에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 논란 관련자들이 포함됐다. 해당 논란은 대형 입시학원의 유명 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 교재에 나온 지문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에 그대로 출제되면서 불거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3년 1월 출간될 예정인 EBS 수능 연계 교재에 한 고교 교사가 2022년 3월 ‘투 머치 인포메이션’(TMI·Too Much Information)라는 지문으로 출제한 문항이 수록됐다. 수능 출제위원인 대학교수 A씨는 2022년 8월 해당 EBS 교재 감수에 참여하며 TMI 지문을 알게 됐고, 이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활동하며 TMI 지문을 무단으로 사용해 수능 23번 문항으로 출제했다.



유명 학원강사 B씨는 TMI 지문의 원 출제자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원 C씨를 통해 TMI 지문으로 만든 문항을 받아 9월 말 모의고사로 발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부정행위들로 인해 ‘1타 강사 모의고사 판박이’ 논란을 야기한 수능 영어 23번 사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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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업무 부당 처리도 확인됐다. 평가원 영어팀은 수능 문항 확정 전 사설 모의고사와 중복 검증을 부실하게 해서 TMI 지문 문항이 수능에 중복 출제되는 것을 걸러내지 못했다. 또 중복 출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215건 들어왔는데도, 평가원 담당자들이 공모해 이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축소하려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수능 출제요원에 참여한 현직 교사들이 학원들에 문제를 팔아넘기는 ‘문항공급조직’도 발각됐다. 한 고교교사는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다수 참여하면서 2019년부터 사교육업체, 유명 학원강사 등에게 수능 경향을 반영한 모의고사 문항을 제작 및 공급했다. 더 나아가 수능·모의평가 출제 합숙 중 알게 된 검토 및 출제위원 참여 경력의 교사 8명을 포섭해 ‘문항공급조직’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까지 2000여개의 문항을 제작·공급해 6억 6000만원을 받았다.

배우자와 공모해 출판업체를 운영하는 방법으로 대형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공급한 교사도 있었다.

또 다른 고교 교사는 부인이 출판업체를 설립하자 EBS 교재 집필 등을 통해 알게 된 교사와 자신의 소속 학교 교사 등을 섭외해 총 35명의 문항 제작진을 구성했다. 이 교사는 이들에게 수능 경향을 반영한 문항을 구매해 사교육업체 및 유명 학원강사 등에게 공급했다. 본인이 문항을 직접 만들고 공급하기도 했다. 이들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문항판매 대가로 올린 매출은 총 18억9000억원이었다.

감사원은 “교원과 사교육업체 간 문항 거래는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받으려는 사교육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수사 요청 대상 외에 문항 거래를 통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되는 다수 교원에 대해서도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엄중히 책임을 묻는 등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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