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선수가 심판 꼴…직장 내 괴롭힘 10건 중 2건 “가해자인 사용자가 조사”

직장갑질119, 작년 3개 설문 조사보니

사용자, 가해해도…관련 법은 일차조사

“법 취지 안 맞고 근로감독관 해태 원인”

8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8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 10건 중 2건은 사용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련 법은 사용자가 가해자라고 하더라고 이들에게 괴롭힘에 대한 일차적인 조사권을 맡겼다. 이런 상황이 괴롭힘에 대한 정확한 진상 파악과 피해 구제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노동시민단체인 직장갑질 119가 작년 1·2·3분기 세 차례 직장인 1000명 대상 괴롭힘 설문을 한 결과에 따르면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 친인척인 경우는 모두 20%대를 기록했다. 2분기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27.3%로 가장 높았다. 주요 사례를 보면 직장인 A씨는 대표의 배우자에게 괴롭힘을 당해 고용노동부 노동청에 신고했다. 해당 청 근로감독관은 회사가 선임한 노무법인 결과보고서로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결국 회사가 선임한 노무법인은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았고 근로감독관도 판단도 이 결과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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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괴롭힘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른 일종의 괴롭힘 조사 허점이란 지적이다. 관련 법은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일차적인 조치 의무를 부여했다. 사업주가 괴롭힘 가해자일지라도 이 권한은 유지된다.

고용부는 사업주와 근로감독관이 함께 괴롭힘 사안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업주의 일차 조사 결과가 감독관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불신이 여전한 상황이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소속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주체 중 유일하게 과태료 부과 대상은 사용자”라며 “노동청이 사용자에게 조사를 맡긴다는 것은 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고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를 해태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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