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19일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6.6% 내린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중력 밀가루 1㎏, 2.5㎏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 등 3종이다. 삼양사와 대한제분도 조만간 가격 인하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와의 간담회 뒤 1주일 만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정부의 압박 수위는 거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서울 CJ제일제당과 삼양사·대한제분 본사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설탕 가격 담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설탕 가격은 1년 전보다 20% 넘게 급등해 ‘슈가플레이션’이 논란이 됐다. 설탕 가격 상승 여파로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설탕을 원료로 쓰는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현상이다. 공정위는 제빵 산업 실태 조사도 하기로 한 상태다. 국내 빵 가격은 최근 2년 새 22.5% 뛰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물가와의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밀가루 가격 인하만 해도 소비자용에 국한돼 있고 기업용은 빠졌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도 걱정거리다. 2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1.2% 상승했다.
특히 흔들리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문제다.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은 통화정책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경제주체들이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오른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 대응하면 물가 상승의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물가연동국채의 유동성이 작아 기대인플레이션(브레이크이븐레이트·BEI)으로 인플레이션 기대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지만 한국은행의 1년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 지표 외에 인플레이션 기대를 측정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과와 채소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한은의 물가 대응이 적절한지에 대한 간접 판단이 가능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당초 시장 예상과 달리 환율의 하락세가 더디다”며 “최근 작황이 당장 좋아질 상황도 아니라 과일값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부분도 물가 안정 기대에는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