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이다. 화초는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시골에서는 농사 준비에 바쁠 때다. 경칩에 미처 깨지 못한 개구리도 이맘때면 일어나 특유의 영법을 뽐낼 따뜻한 계절이다. 문득 사람들이 ‘왜 예비군 마크를 개구리라고 부르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비군 마크 어디에도 개구리 모양은 찾아볼 수가 없는데 말이다.
혹자는 예비군 마크에 있는 ‘월계관과 지구·리본’의 한 글자씩을 따서 개구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외부 온도에 맞춰 생활하는 개구리의 모습이 훈련이나 비상 상황에도 현역 때처럼 잘 적응하는 예비군의 모습과 닮아서가 아닐까 싶다.
이유야 어떻든 예비군 마크에는 현역 시절의 희노애락은 물론 전투 훈련 경험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예비군들에게 그 의미가 남다르다. 물론 예비군의 존재가 북한에 주는 또 다른 의미는 더욱 클 것이다. 1996년 발생한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실제 예비군의 활약은 현역 못지않다. 그리고 총기 분해와 조립, 사격 훈련에 임하는 모습도 평소의 느슨해 보이는 모습과 완전히 다르다. 병역을 마치고도 임무가 주어지면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는 예비군의 모습에 국민들은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현역병 못지않은 예비군의 역량이 최근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인구 감소로 현역병 충원이 곤란해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을 통해 증명된 예비 전력의 중요성 때문이다. 더불어 정찰위성 발사와 핵미사일 고도화,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 북한의 위협이 구체화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안보의 중요성이 커질 때 정예화된 예비 전력은 국가 방위의 핵심 요소다. 단순히 현역병을 보충하는 수준이 아니라 숙련된 병력이 전시에 즉각적으로 전투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복무를 마친 후에도 국민과 국가의 안위를 위해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예비군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병무청장으로서 무척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일부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는 사람들에게 불리한 처우를 부여하고 있다. 국가의 공적 부름임에도 불구하고 출석과 학점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관련 법규에 어긋날 뿐 아니라 예비군의 헌신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이 뿌리내리지 못한 탓이다. 병무청이 예비군의 불리한 처우 금지와 권익 보호를 위해 국방부와 노력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다. 예비군의 역할이 당연히 완수해야 할 국방의 의무일 뿐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고귀한 헌신임을 잊지 말자.
이달 4일부터 전국적으로 올해 병력 동원 훈련이 막을 올렸다. 생업과 학업 등 치열한 일상의 현장을 뒤로한 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훈련에 참여하는 모든 예비군에게 따뜻한 응원이 함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