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이은 도심 칼부림 '범죄도시'…시험대 오른 기동순찰대 [경솔한이야기]

20대 의대생, 유튜버 살인사건 '충격'

도심 건물, 법원서 살해…일상 공포감

기순대 대응…신속성과 및 위력 순찰

경찰 내부선 기순대 효과없어 '89%'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얼굴을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얼굴을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에서 6일 20대 의대생이 여자친구를 끔직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온 나라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영화관이 들어선 건물로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졌다는 데 시민들은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9일 부산에서 발생한 유튜버 살인사건은 사람들의 공포감을 더 키웠습니다.

도심 한복판과 법원, 시민들의 일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범죄자들이 잔혹한 범행을 과감히 저지르면서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출범한 경찰 기동순찰대의 어깨도 무거워졌습니다. 지난해 서울 신림동과 분당 서현역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후 이상동기범죄와 흉악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며 대대적인 조직개편까지 단행한 끝에 출범한 기동순찰대의 최대 목표는 ‘국민의 평온한 일상’입니다.

도심 곳곳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흉기 사건으로 출범 100일 앞두고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기동순찰대에 대한 이야기를 경솔한 이야기에서 해보겠습니다.

경찰 기동순찰대 대원들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기동순찰대는 범행 시간·장소 예측이 어려운 이상동기범죄 및 강력사건 등 집중적인 경찰력 투입이 필요한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만들어진 전담조직이다. 연합뉴스경찰 기동순찰대 대원들이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기동순찰대는 범행 시간·장소 예측이 어려운 이상동기범죄 및 강력사건 등 집중적인 경찰력 투입이 필요한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만들어진 전담조직이다. 연합뉴스


경찰청에 따르면 기동순찰대는 전국 28개대 2668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범죄통계, 범죄위험도 예측·분석시스템(Pre-CAS), 지리적 프로파일링시스템(Geo-Pros) 등 치안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치안수요에 맞춰 이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날로 흉폭해지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기동순찰대의 가장 강력한 대응은 조직의 이름처럼 ‘신속성’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동순찰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20대 의대생 살인사건과 부산 유튜버 살인사건처럼 범죄자가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할 경우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발빠른 초동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빠른 초동대응이 사건 해결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기동순찰대 대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기동순찰대는 범행 시간·장소 예측이 어려운 이상동기범죄 및 강력사건 등 집중적인 경찰력 투입이 필요한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만들어진 전담조직이다. 연합뉴스경찰 기동순찰대 대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기동순찰대는 범행 시간·장소 예측이 어려운 이상동기범죄 및 강력사건 등 집중적인 경찰력 투입이 필요한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만들어진 전담조직이다. 연합뉴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월 22일 0시 30분쯤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금은방에서 발생한 절도사건입니다. 사건 발생 당시 천호역 일대 주택가를 순찰 중이던 기동순찰대 2개 팀은 무전지령을 듣는 즉시 피의자 추적에 돌입했습니다. 사건 발생 24분 만에 기순대는 금팔찌 3개 등 1500만 원 규모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난 A(15)양을 체포해 관할경찰서로 인계했습니다.

관련기사



또 다른 대응 카드는 위력 순찰 강화입니다. 기동순찰대는 8인 1조로 도보순찰을 하며 주변 지역 일대 범죄자에게 일종의 경고성 활동을 진행합니다. 한 경찰 고위관계자는 “2인 1조로 움직일 경우 사람들이 경찰의 순찰활동을 잘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며 “8인 1조로 도보순찰을 할 경우 경찰의 순찰활동이 더 도드라져 보여 범죄자의 범죄 의지를 사전에 꺾는 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범죄 억제 효과가 있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가 출범한 올해 2월 26일부터 4월 14일까지 49일간 112신고 건수는 총 232만 89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2만 2449건) 대비 20.3% 감소했습니다.

최근 시민들의 일상을 뒤흔든 흉기를 이용한 강력범죄 역시 같은 기간 2636건에서 2245건으로 14.8% 줄었습니다.

다만 이같은 경찰의 대응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습니다. 실례로 도심 한복판에서 흉기를 이용한 강력 범죄가 최근 도심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9일 오후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이날 오전 부산법조타운 인근에서 유튜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A씨가 압송되고 있다. 부산지법 앞에서 50대 남성이 유튜브 방송을 하던 5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피해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1시간 40분여 만에 용의자 A씨를 경주에서 검거했다.연합뉴스9일 오후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이날 오전 부산법조타운 인근에서 유튜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A씨가 압송되고 있다. 부산지법 앞에서 50대 남성이 유튜브 방송을 하던 5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피해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1시간 40분여 만에 용의자 A씨를 경주에서 검거했다.연합뉴스


이달 들어 서울에서만 하루에 한 번꼴로 흉기 이용 범죄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달 1일 마포구 망원동의 한 노래방에서 지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남성이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3일에는 종로구와 도봉구, 4일 강남구, 6일 서초구, 7일 강남구, 8일 강북구와 성북구에서도 크고 작은 칼부림으로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종로구에서 일어난 도검 사건은 흉기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가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3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경운동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역사 내에서 한 남성이 도검을 들고 다닌다는 112신고를 받습니다. 현장에서 붙잡힌 남성은 모형 칼이 아닌 실제 1m짜리 도검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해당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도검류 소지 허가를 받은 사람으로 운동 목적으로 도검을 소지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기동순찰대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가 소속 직원 5000명을 대상으로 이달 1∼15일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약 2.9%에 그쳤습니다. 무엇보다 기동순찰대 운영에 따른 가시적 예방순찰 효과 여부에 대해선 89.0%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습니다.

출범 100일을 앞두고 기동순찰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모양새입니다. 기로에 선 기동순찰대가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박우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