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9일 만에 재개된 민생 토론회 ‘시즌2’에서 노동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개혁의 동력을 높이려 노동 약자와 미조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섰다. 열악한 근로 환경에 놓인 계약·일용직 근로자들의 대우를 개선하면서 고질병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혁파하려 노동약자지원법을 마련해 노동 개혁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노동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개혁은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적을 많이 만드는 일”이라며 “개혁을 하게 되면 결국 많은 국민들에게 이롭지만 또 누군가는 어떤 기득권을 빼앗긴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은 “그렇지만 그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제 임기 동안 반드시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되겠다, 그냥은 안 되겠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개혁”이라며 “개혁은 근본적으로 국민을 더 안정하게 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개혁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장기화하고 4·10 총선 패배로 고전하고 있지만 국민과 미래 세대를 위한 노동 개혁은 묵묵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경제가 성장하면 근로자의 삶도 나아져야 한다”며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성장하지 못하는 불균형 성장은 이제 의미가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 양극화가 계층 간 양극화로 확대되고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노동약자보호법 제정을 통해 △공제회 설치 지원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표준 계약서 마련 △미조직 근로자 권익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재정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점심도 거르고 (토론회를) 더 계속하고 싶다”며 노동 약자 보호에 대한 열의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당초 계획하지 않았던 노동법원 설치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이 멀쩡히 돌아가거나, 아니면 기업은 망했는데 사장은 자기 재산 챙겨놓고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것은 반사회적 정도가 아니라 반국가 사범”이라며 “노동법원으로 노동 형법 위반 때 민사상 피해까지 원트랙으로 같이 다루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윤 대통령의 노동법원 설치에 반색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노동법원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며 “노동 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해 노사 대표가 재판에 참여하는 참심형 노동법원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노동법원의 필요성은 학계에서도 줄곧 제기했다. 노동 권리 분쟁을 조정하는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와 일반 법원으로 나뉜 노동분쟁 해결 절차의 신속성을 위해 노동법원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영국과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노동법원을 두고 있다.
다만 노동계가 원하는 참심형 노동법원은 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는다는 헌법 제27조와 충돌해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 이날 민생 토론회는 기존과 달리 참석자 규모를 70여 명으로 줄이면서 집중도를 높였다. 특히 관계 부처 장관의 발표 등은 과감히 생략하고 ‘즉문즉답’ 형식을 강화하면서 카페 근로자, 증권사 비정규직 직원과 건설 현장 안전 관리자, 아이돌 가수 출신 페인트공 등의 생생한 건의 사항과 질문들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향후 국내에서 진행될 외교 일정과 해외 순방 등을 소화하면서도 민생 토론회를 연중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