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단독]산은·해진공, HMM 1000억 영구채 주식 전환 결정[시그널]

내년 4월까지 1.6조 추가 상환 도래

주식전환땐 지분율 71%까지 상승

"몸값 8조~9조 육박…매각에 부정적"

"달라진것 없어" 새 시나리오 거론도

HMM 제공.HMM 제공.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곧 중도 상환 시기가 돌아오는 HMM(011200) 영구 전환사채(CB) 1000억 원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양 사의 HMM 지분율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은 향후 경영권 매각 재추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주 회의를 열고 HMM이 2019년 5월 1000억 원 규모로 발행한 제194회 영구채를 이날 주식으로 전환 청구하기로 했다. 신주 상장일은 다음달 11일이다.

194회 CB는 30년 만기로 발행됐으나 발행 후 5년이 지나면 HMM이 조기 상환할 수 있도록 옵션을 달아뒀다. 현재 보유 현금성 자산만 10조 원이 넘는 HMM은 이자 경감 등을 고려해 이 CB를 조기 상환하겠다는 방침을 최근 확정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이 이 같은 옵션을 행사하기 전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을 더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양 사 보유 지분율은 기존 57.88%에서 59.1%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은과 해진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CB를 원금으로 상환받으면 나중에 배임 이슈가 나올 수 있어 주식 전환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HMM은 5년 전 영구채를 주당 5000원에 발행했는데 이날 주가는 1만 8000원을 넘겨 거래되기도 했다. 발행가 대비 주가가 세 배를 넘어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식 전환을 하는 게 훨씬 이익이 크다. 이 점이 이번 주식 전환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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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앞으로도 HMM 영구채의 조기 상환 시기가 도래하는 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올 6월 2000억 원, 10월 6600억 원, 내년 4월 7200억 원 등 총 1조 5800억 원 규모다. 이 영구채들이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은·해진공의 지분율은 71%대까지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율 상승이 매각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양 사는 매각에 나섰으나 인수 후보였던 하림그룹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을 종료했다. 당시 산은·해진공은 지분 57.88%%를 매각 대상으로 정했고 하림 측은 가격을 6조 원대 초중반으로 봤다. 그러나 하림이 이 같은 대규모 인수 대금을 온전히 치르기 힘들다는 평가 속에 영구채 전환 시기 등에서도 견해 차가 발생하며 매각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율이 향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매각 전략을 새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매각 측이 보유하게 될 71%대 지분을 이날 시가총액 기준으로 산출하면 단순 몸값은 8조~9조 원대에 육박할 수 있다. 매각 주관사로 나설 증권사·회계법인 등에서는 매각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벌써부터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는 말들도 흘러나온다.

한편 HMM은 올 1분기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13% 증가한 2조 3000억 원, 영업이익은 10배 가까이 늘어난 4070억 원을 기록하며 예상 밖 호실적을 냈다. 예멘 반군이 홍해를 막고 이에 선박들이 항로를 우회하면서 전 세계 해운 운임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매각 추진 당시에도 대규모 영구채 전환이 예정돼 있었던 만큼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인수를 고민하는 새 후보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고 HMM의 공적 역할까지 고려한 보다 수월한 매각 시나리오를 돌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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