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이 28일(현지 시간) 최후 변론으로 심리를 마무리한 가운데 배심원단의 판단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재판은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의 유무죄를 다투는 것으로, 초박빙 양상인 11월 대선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진행된 최후 변론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배심원들 앞에서 각각 유죄와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 혈투를 벌였다.
검찰은 이날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추문을 막기 위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부패한 합의’가 2016년 미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번 사건이 유권자를 기만한 중범죄라고 주장했다. 조슈아 스타인글래스 검사는 “선거일 2주 전에 대니얼스가 돈을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며 “이들이 꾸민 계략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대니얼스의 폭로를 막기 위해 자신의 전속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 7000만 원)를 먼저 지급하도록 하고 이후 회삿돈으로 이를 변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입막음 돈 변제 과정에서도 부패한 합의를 감추기 위한 치밀한 회계장부 조작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측의 토드 블랜치 변호사는 “검찰은 근본적인 범죄행위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결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언이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돈을 건넨 사실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으며 저격수로 등장한 코언에 대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거짓말쟁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들은 증거에만 집중한다면 이는 매우 빠르고 쉬운 무죄판결”이라고 배심원들에게 호소했다.
이날 최후 변론은 오전 9시 30분에 시작돼 무려 11시간 만에 종료됐다. 재판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29일 재판을 속개해 배심원단 평결 절차를 개시한다. 12명의 맨해튼 주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리기 위한 심리에 들어간다.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나올 수도 있지만 사안 자체가 워낙 논쟁적인 만큼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유죄판결이 나올 경우 머천 판사가 형량을 결정하는데 최대 4년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범이라 징역형일 가능성은 희박하고 만약 징역형이 선고된다고 해도 항고 절차를 거치는 만큼 대선 전에 투옥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판결은 이번 대선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다. 앞서 ABC방송 여론조사에서는 4%,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는 6%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가 그가 유죄일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이 워낙 초접전 상태인 만큼 적지 않은 숫자다. 일각에서는 범죄 혐의가 경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를 선고받는다고 해도 표심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