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럽연합(EU)의 무역 제재에 맞서 돼지고기 등 육류에 이어 유제품 수입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태양광 등의 무역 분야에서 EU의 제재에 맞불을 놓는 조치로 해석된다.
9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X(옛 트위터) 계정에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업계가 EU로부터 수입하는 유제품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며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통계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중국에 버터·치즈 등 유제품 총 80만 5000여 톤, 총 17억 6000만 유로(약 2조 6000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이는 2022년의 88만 톤, 약 20억 8000만 유로 대비 소폭 줄어든 수치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관영 매체가 미국과 EU의 관세 인상 움직임에 중국의 맞대응 가능성을 직접 언급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서방과 중국의 대립이 공산품·농축산물 등으로 확대되며 본격적인 관세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14일 전기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올리고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은 7.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미국은 중국이 저가 제품을 ‘과잉생산’하며 해외 수출을 확대해 세계경제가 위협받고 있다며 EU 등 서방국가와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EU는 앞서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다. 이어 중국산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전동차, 의료기기 등으로 조사 대상을 넓혔다. 이달에는 중국산 주석 도금 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도 착수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지난달 19일 대만·미국·EU·일본산 플라스틱 원료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자국 내수 시장의 규모를 앞세워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수입제한을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말 내부자를 인용해 중국 업계가 EU산 돼지고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 신청을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정부가 배기량 2.5ℓ 이상의 수입 자동차에 대해 일시적인 관세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자동차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