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타히엔 거리. 일명 ‘맥주 거리’로도 불리는 이곳 테이블 곳곳에 초록색 소주 병이 놓여 있다. 현지 대학생 땀 씨는 “친한 선배가 도수가 낮은 과일 소주를 소개해줬는데 즐겨 마시게 됐다”면서 “2주에 한 번 정도는 마신다”고 했다.
국산 소주가 베트남 현지 시장을 장악한 맥주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타히엔 거리 78개 주점 중 64곳에서 하이트진로 주류를 판매할 정도다. 브랜드 상징인 두꺼비 인형탈을 쓰고 길목 곳곳을 다니며 소주를 시음하게 하는 한국식 마케팅도 한창이었다.
현지 마트에서도 가정용 소주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날 찾은 하노이 ‘후지마트’ 매장에는 진로 매대가 별도로 꾸려져 있었다. 한국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모인 이 점포에서는 한 달에 약 300병의 진로 소주가 팔린다. 윤현석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 팀장은 “20~30대 젊은 현지인이 선물용으로 과일 소주를 찾고 있다”면서 “이는 진로이즈백이나 참이슬 같은 일반 소주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교민 뿐 아니라 현지인들까지 한국 소주라고 하면 ‘녹색 병’을 떠올리는 단계까지 진입했다는 게 판매 현장의 전언이다.
하이트진로가 내년 1분기 베트남 타이빈성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 착공할 진로소주 생산공장은 해외 사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창사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가 7700만 달러를 투자해 짓는 첫 수출 기지다. 하이트진로는 2026년 이 공장을 완공해 연간 최소 100만 상자의 과일소주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 소주 해외 판매량 목표의 약 17% 수준이다. 생산분의 10~20%가 베트남 현지에 공급되고 나머지는 다른 국가에 수출하게 된다.
공장이 들어서는 타이빈성은 베트남에서도 특히 항공·해운 중심지와 인접해 물류기능이 우수하다. 200만 명의 인구와 대학을 포함한 각종 교육 인프라도 갖췄다. 각종 세제 혜택 등 이점도 크다. 실제 이 공장의 토지세는 향후 15년간 면제된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부지로 선정된 산업단지 내 인프라가 매력적”이라며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무역협정을 통한 세금 감면 효과 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