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채거래의 국경간 양방향 고속도로가 곧 개통될 예정이다. 한국 국채는 우량한 국가신용등급과 더불어 재정수지 또한 선진국 대비 양호하여 외국인 투자자에게 상당한 투자 매력이 있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 국채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지속적인 러브콜에 비해 여전히 내수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2분기 기준 한국 국채 외국인 비중은 21%로 주요 24개 선진국 평균인 39%보다 절반 가까이 낮다.
국채가 내수 위주로 거래되는 요인은 다양할 것이나 우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금융상품을 손쉽게 거래하도록 금융시장의 인프라를 국외로 확대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국채지수(WGBI) 산출기관인 FTSE 러셀(Russell)이 외국인의 한국 시장 투자에 일부 걸림돌이 있다고 평가한 것도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외국인 국채투자 때 이자소득·양도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하여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투자 매력을 높여왔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전면 무료로 전환한 셈이다. 또 정부의 본격적인 정책 실행을 위해 예탁결제원은 국채라는 매력적인 상품이 유통될 수 있도록 국경 간 국채거래를 위한 고속도로 개통에 힘써왔다. 2년여에 걸쳐 제반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하고 현재는 막바지 길닦이에 매진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책당국은 외국인 투자등록제 폐지, 외환시장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그중 한 가지 방안이 바로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와 연계한 국채통합계좌 개통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로 직접 들어오지 않고, ICSD를 통해 한국 국채시장으로 자유롭게 들어오도록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채거래를 위해서는 국내에서만 통행이 가능한 국도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면 앞으로는 국내와 해외에서 자유롭게 국채를 사고파는 양방향 상품 이동이 가능한 고속도로를 놓아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국채통합계좌는 거래의 편의성과 확장성을 높여 외국인의 국채시장 신규 유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외국인이 국채를 사려면 국내에 대리인을 선임하고 증권과 원화 보관용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그러나 국채통합계좌를 이용한다면 이러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해외에서 국채를 활용한 거래 및 부가가치 창출 기회를 새롭게 얻는다. 해외에서 국채거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환매조건부매매(Repo), 장외파생상품의 개시증거금 등으로 국채를 활용할 수 있어 국채 유동성이 한층 더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본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가 증가하면 국채시장과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하고 금리가 하락함으로써 금융회사와 일반 기업의 자금조달 금리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 외화 유동성도 증가하여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국경 간 국채투자의 길이 열리며 한국 국채투자 비용이 감소하고 투자절차가 표준화돼 한국 국채가 외국인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한 축을 담당할 새로운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