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400조 원에 이르는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특화 점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로보어드바이저(RA)를 접목한 수수료 높이기 작업에도 착수했다. 10월 이른바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가능해지는 현물이전제도 도입을 앞두고 은행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은 라운지 형태의 퇴직연금 특화 점포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면 상담에 익숙한 고령층을 위한 전문 상담 채널을 통해 고객 접점을 높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은 이달 7일 연금 VIP 손님을 위한 전문 대면 상담 채널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 분당’을 오픈했다.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6개소에 이은 일곱 번째 라운지다.
신한은행도 전날 수원시에 비대면 은퇴 자산관리 채널인 ‘신한 연금라운지’를 개소했다. 이어 이달 8일과 12일 각각 울산, 서울 강남에 ‘연금라운지’를 개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추가 개소가 완료되면 신한은행은 총 5곳의 연금라운지를 두게 된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총 13곳의 은퇴 자산관리 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거점 점포와 인근 영업점을 하나로 묶는 단위인 ‘같이그룹(VG)’에 연금 전문가를 배치해 상담 고객을 맞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10월부터 시행될 퇴직연금 현물이전제도는 퇴직연금을 둘러싼 은행들의 경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고객은 기존 퇴직연금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금융사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규모 ‘머니무브’가 예상되는 만큼 은행들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394조 2838억 원이다. 이 가운데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적립금은 163조 7258억 원 수준으로 전체의 41.3%에 이른다.
퇴직연금에 RA를 도입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은행권의 연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4.87%로 역시 퇴직연금 분야를 확대하고 있는 증권(7.11%) 업계보다 낮은 만큼 수익률을 높이고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농협은행은 미래에셋자산운용·디셈버앤컴퍼니·콴텍투자일임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RA를 활용한 퇴직연금 일임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신한은행도 RA 일임 업체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 제휴 업체를 선정하고 퇴직연금 운용에 RA를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