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이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증설 사업 불허로 수도권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주요 기업들에 대한 전력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철수 한전 전력계통 부사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하남시의 인허가 불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변전소 옥내화 불허에 따라 향후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지속해서 증가하는 수도권 전력수요에 대한 적기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HVDC 변환소 증설 사업은 급증하는 수도권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국책 사업이다. 경북 울진군에 위치한 한울원전 등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전력망 구축 작업으로 평가된다. 동서울변전소의 교류(AC) 345㎸ 시설을 신축 건물 안으로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과 관련한 변환소를 추가 증설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된다. 사업 주체인 한전은 6996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동서울변전소를 증설하고 2026년까지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을 끝마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도 하남시가 법령에도 없는 사유를 들어 이를 거부하면서 한전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한전은 하남시가 주민 반대 등을 근거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안을 불허 처분한 데 대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할 경우 수도권 전력 공급 계획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전은 경기도와 국토교통부로부터 개발제한구역 관리 계획 변경 허가를 받고 기초지방자치단체인 하남시에 인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하남시는 이달 21일 한전에 인허가 불허를 통보했다. 사업 부지가 4만 여 명이 거주하는 대규모 거주 단지(감일 신도시) 및 다수의 교육 시설과 연접해 있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는 점이 이유였다.
한전은 이와 관련, 비슷한 사업을 통해 이미 전자파 안정성을 검증했고 주민 수용성 제고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일부 철탑을 철거하고 변전소를 옥내화하면 미관이 개선될 것”이라며 “법과 절차를 준수해 관련 업무를 추진했고 다수의 설명회를 통한 주민 수용성 제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동서울변전소 갈등이 심화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동서울 변전소 문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적시 전력 공급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며 “하남시의 묻지마식 불허는 재고돼야 하며 정부도 주민 수용성을 좀 더 높일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전은 하남시가 변전소 증설을 지속해서 반대할 경우 전력 구입비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전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지연될 경우 연간 3000억 원 상당의 전력 구입비가 증가할 것”이라며 “하남시가 법적 요건을 갖춘 건축 허가 신청을 계속 거부할 경우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