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에 액체 냉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서버의 발열을 억제하는 데 물을 사용하는 수랭식 설비는 기존의 공랭식 대비 전력 소모를 최대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의 약 45%가 발열 억제에 쓰인다는 점에서,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버티브홀딩스는 연초 대비 75.11%(29일 기준)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버티브홀딩스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관리와 냉각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매출의 약 30%가 냉각 시스템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1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공랭식·수랭식 시스템을 모두 공급하고 있는데, 최근 액체 냉각 기업 쿨테라를 인수하는 등 수랭식 시스템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버티브홀딩스 외에도 프랑스의 슈나이더 일렉트릭, 대만의 델타일렉트로닉스도 수랭식 시스템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연초 대비 각각 28.80%, 28.87% 뛰었다.
앞서 젠슨 황 CEO는 28일(현지시간) 2분기 설적 컨퍼런스콜에서 블랙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액체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존 H100의 경우 칩당 700와트(W) 정도의 전력이 소모됐지만, 블랙웰 시리즈인 B100부터는 1키로와트(kW) 수준으로 공랭식 냉각으로는 발열 억제에 한계가 있다”이라며 “엔비디아가 3분기부터 B100을 양산함에 따라 액체 냉각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액체 냉각 방식에는 여러 기술이 있지만, 최근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과 직접액체냉각(Direct Liquid Cooling, DLC) 등 2가지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액침냉각은 전기 장치나 서버 전체를 냉각액에 담그는 방식을 말하고, DLC는 중앙처리장치(CPU)나 GPU 등 발열이 심한 특정 부품에 냉각액을 공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박 연구원은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DLC 방식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는 합의가 있었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액침냉각이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의 기가바이트는 DLC 시스템에 중점을 두고 있다. DLC의 주요 부품인 콜드플레이트를 생산하는 대만 기업 아시아바이탈컴포넌트(AVC)는 주가가 연초 대비 무려 81.49% 뛰었다.
국내 액체 냉각 기업으로는 케이엔솔(053080)과 GST(083450)가 있다. 케이엔솔은 당초 반도체 클린룸과 2차전지 드라이룸 구축이 주 사업이지만, 최근 액침냉각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케이엔솔은 글로벌 액침냉각 선두 기업과 협업해 고객사 품질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액침냉각의 상용화 시점은 아직 이르지만 버티브,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 주요 냉각 업체들도 준비하고 있을 만큼 잠재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GST는 액침냉각 신사업에서 본격적인 판매 이전에 신뢰도 확보를 위해 작년 10월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에 있다”며 “액침냉각의 에너지 효율이 공랭식 대비 40~50% 유리하고 데이터센터 부지도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어 궁극적으로 해당 시스템이 사용될 확률은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