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이란과 이스라엘, 새로운 전선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역대 가장 긴 60일을 넘어 11개월째로 접어들었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전쟁을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생각한다. 이란이 기획한 전쟁은 아니라고 보지만 1979년 이래 팔레스타인 해방을 목표로 이란이 반이스라엘 세력인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이라크의 이슬람저항군, 예멘의 후티반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안보를 위협하는 3가지로 ‘이란, 이란, 이란’을 들면서, 급진적인 이슬람 시아파 원리주의 정권이 이스라엘뿐 아니라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지역과 세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네타냐후는 이번 기회에 반이스라엘 세력의 배후인 이란을 공격해야만 화근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휴전에 반대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이란을 자극하고 보복을 유도해 전쟁판을 더 키우고 궁극적으로 미국과 이란의 싸움터로 만들고자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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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와 이집트의 국경지대인 필라델피 통로, 가자를 남북으로 가르는 네짜림 통로에 군을 주둔시켜 하마스의 재건을 막으려 한다. 확전은 미국과 이란 모두 원하지 않는다. 11월 5일 대선을 앞둔 미국 민주당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버거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이란과 전선을 확장할 여유가 없다. 이스라엘의 속셈을 잘 알고 있는 이란은 확전에 말려들면 이스라엘이 아니라 미국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네타냐후의 속셈에 말려들지 않고자 고심하고 있다.

지난 4월 1일 이란은 이스라엘이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을 공격했을 때 보복 공격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7월 31일 테헤란 혁명수비대 안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를 암살한 데 대해서는 보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의 대화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각 보복을 천명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게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재고를 요청하고 휴전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니예 죽음에 대한 보복을 실행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8월 26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은 “단호하지만, 잘 계산된 보복을 할 것”이라며 “확전을 두려워하진 않지만 이스라엘과 달리 확전을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새로운 외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슬람혁명 이래 두 번째 개혁파 대통령이 제시한 내각 신임 장관들을 국회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군말 없이 모두 승인했다. 하메네이는 “적과 대화하는 것이 해가 되지는 않는다”며 페제시키안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보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데도 이제 이란은 더 큰 목표인 경제 재건을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이 도발해도 전략적 인내를 굳건히 발휘한다면 이란이 크게 웃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란과 이스라엘 싸움의 제2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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