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10곳 중 8곳가량은 최근 1년 내 경영진을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이 일반 주주와 직접 소통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사외이사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조사는 올 5월 국내 상장사에 재임 중인 사외이사 총 83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주주와의 소통 경험은 평균 22%였다. 자산 규모가 큰 기업(2조 원 이상 36%, 2조 원 미만 9%)에서 더 높았다. 이는 일반 주주와의 소통이 활발한 미국(5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응답자의 82%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운영의 효과성을 높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보기술(IT) 및 디지털, 사이버 리스크 관리 역량은 가장 부족한 분야로 지적됐다. 응답자의 82%가 이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이를 ‘충분히’ 또는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이는 초연결 사회의 사이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이사회의 IT 및 디지털 역량 보강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사회 평가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61%가 이사회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효과적인 평가 절차를 갖추고 있다는 응답은 이 중 39%에 그쳤다. 특히 평가 결과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6%에 달해 이사회 평가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외부 전문기관 또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내부 조직에 의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율도 각각 6%, 8%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이사회 내 위원회로는 감사위원회(88%)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65%)를 가장 많이 설치했으며 ESG위원회가 45%로 뒤를 이었다. 반면 국내 기업집단 특성상 내부거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위원회가 설치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21%이며 신설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도 8%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한편 ESG 이슈는 이사회의 주요 안건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7%는 ESG가 이사회의 정기적 안건에 포함돼 있으며 52%는 ESG 요소가 회사 전략과 연계돼 있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사외이사 간 공조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권고되는 사외이사만의 회의는 응답자의 35%만이 개최한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42%는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방안으로 꼽히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가 이뤄졌다고 답했다. 지난해 공시된 정보에 따르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는 대규모 상장사 비율은 34%로 조사 결과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장온균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장은 “이번 보고서는 현재 이사회의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도 매년 사외이사 설문 조사를 통해 연도별 추이와 변화를 파악하고 의미 있는 분석을 제공해 한국 기업 거버넌스의 개선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