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부동산 시장, 매수세 줄어도 '초고가 불패'…"대출 규제, 양극화 부추길 것"

■강남권 연일 신고가 속출

전국 아파트 매매건수 반토막

초고가 매수자, 규제 영향 미미

노원·관악 등은 전고점 못 뚫어

"중저가 아파트값 하락 부를수도"





서울 강남3구 아파트를 비롯해 서울의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등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를 억누르겠다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고 금융권도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는 대출 옥죄기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양극화만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내 일명 ‘상급지’를 중심으로 신축·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연일 신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양천구에서는 ‘목동신시가지4단지’ 전용 95㎡가 지난달 31일 전고점보다 6000만 원 높은 22억 9500만 원에 거래됐다. 서대문구 ‘힐스테이트신촌’과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달 각각 15억 8000만 원과 20억 1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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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신고가 거래는 아파트 매수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등장해 더욱 주목된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아파트 거래 건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7월 넷째 주(22~28일) 1만 1096건까지 늘었던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달 넷째 주(26~9월 1일) 5301건으로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도 1924건에서 431건으로 급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폭염과 여름휴가 등 계절적 요인과 단기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지난달부터 부동산 거래가 다소 둔화됐다”며 “이런 여파로 강남과 서초 등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면서 정부와 금융권이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초고가 아파트들의 매수자는 대출 규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와 큰 연관이 없는 초고가 주택에서 신고가가 나오는 것은 예비 수요자들의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서울의 경우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가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곳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계속해서 몰리면서 신고가도 등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만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들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것과 달리 여타 서울 지역과 수도권, 지방 소재 아파트는 여전히 전고점 돌파를 하지 못한 상태다. 노원구 ‘중계그린1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10일 5억 8000만 원에 손바뀜됐지만 2022년 3월 기록한 전고점(7억 6500만 원)보다 1억 8500만 원이나 낮은 금액에 거래됐다. 관악구 ‘e편한세상서울대입구1단지’ 전용 59㎡는 2021년 12월 12억 원에 거래됐으나 올 7월 10억 5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고양시 일산서구 ‘문촌마을16단지뉴삼익’ 전용 84㎡도 2022년 6월 세운 전고점(8억 8500만 원)보다 2억 4000만 원 낮은 6억 4500만 원에 올 7월 거래됐다.

권 교수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대출금은 몇 천만 원 수준이기 때문에 신고가가 속출하는 고가 주택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오히려 실수요자 서민들의 자금줄만 조여 단기적으로 이들이 구매하려는 중저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를 누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도 “지금 시장은 한마디로 ‘초양극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강남 3구 중에서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위치한 아파트들은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만큼 사실상 상한선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다만 “일명 상급지 외에 다른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들의 경우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 환경이 악화되는 데다 심리적 부담까지 겹쳐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연하 기자·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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