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전범기업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시효 만료 문제로 패소한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김인겸 부장판사)는 5일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김 모 씨 등 5명이 일본 니시마츠건설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배 모 씨에게 2000만원, 김 씨 등 4명에게 각 13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족 측이 2019년 6월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이 소송의 주된 쟁점은 청구권 소멸시효였다.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에 따라 소멸한다.
1심 재판부는 2012년 대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청구권 행사 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소멸시효 기준을 2012년이 아닌 2018년으로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라 최근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 측 이형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판결 직후 “1심에서는 소멸시효가 도과됐다는 판단이 있었지만 2심에서는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소멸시효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에 그때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소멸시효 쟁점이 정리된 이후 있었던 판결은 주로 일본제철이나 미쓰비시 상대 재판이었다”며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한 판결은 최초이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