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국가 R&D 삭감에 결국…스타트업 지원도 줄어든다

정부 대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

신규 예산 1201억원 서 919억 원으로

유망 기술기업 지원 축소 불가피 전망

"올해 연구개발 예산 줄인 것 영향 받아"

우리나의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팁스·TIPS)’ 프로그램 개요. 팁스 홈페이지 갈무리우리나의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팁스·TIPS)’ 프로그램 개요. 팁스 홈페이지 갈무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팁스·TIPS)’ 프로그램의 신규 사업 예산이 내년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팁스는 민간 투자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유망 기업에 정부가 5억 원~15억 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매칭 지원’하는 사업으로 그동안 실효성이 큰 스타트업 지원 정책으로 평가돼왔다. 하지만 올해 국가 연구개발 자금이 10.9% 줄어들면서 연내 지급해야 하는 지원금 일부가 내년으로 이연되는 등 차질을 빚었고 결국 신규 사업 예산에 불똥이 튀게 됐다. 팁스 사업의 부분적 축소에 따라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생태계 위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팁스 주무 부처 중소벤처기업부는 국회에 신규 사업을 기준으로 23.5% 감액된 팁스 예산안을 제출했다. 중기부는 올해 팁스 신규 사업에 1200억 9500만 원을 배정했지만 내년 예산안에서는 이보다 282억 1800만 원 줄어든 918억 7700만 원을 배분했다. 예산이 이대로 확정되면 팁스 선정 기업 수도 올해 900곳에서 700곳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아 연구개발을 시작·지속할 수 있는 초기 기술 기업의 수가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다.

팁스는 2013년 우리나라가 창업 강국 이스라엘의 ‘기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TIP)’을 본따 만든 제도로 민간 투자 기관이 지분을 투자한 유망 기술 기업에 정부가 연구개발 자금을 추가로 대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간에서 기술력, 사업 모델, 핵심 인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경쟁력을 인정한 기업을 추가 지원하는 만큼 정책 실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통계청·중기부 자료에 따르면 팁스 선정 기업 94.6%는 5년 이상 사업을 이어가면서 평균 10.5명을 고용하는데 이는 일반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이 33.8%, 고용 인원이 1.2명인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신규 사업 예산 감액에 따라 내년 팁스 프로그램은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팁스 프로그램은 크게 봤을 때 일반 창업 기업에 2년 동안 5억 원을 지원하는 ‘일반 팁스’와 인공지능(AI)·로봇·미래 모빌리티 등 10대 초격차 분야 스타트업에 3년 동안 15억 원을 지원하는 ‘딥테크 팁스’로 나뉜다. 현 정부 예산안대로면 일반 팁스 신규 사업 예산은 올해 807억 2000만 원에서 내년 568억 7500만 원으로 29.5% 감액되고 선정 기업은 750곳에서 520곳으로 줄어든다. 같은 기간 딥테크 팁스도 예산이 393억 7500만 원에서 210억 200만 원으로, 선정 기업이 150곳에서 100곳으로 축소된다.



팁스 신규 사업 축소는 지난해 말 정부가 ‘연구 카르텔’을 지목하면서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4조 6000억 원 줄인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개발 예산 감소의 여파로 중기부는 올해 팁스 지원 자금을 지급해야 했던 599곳 스타트업에게 원래 지급하기로 한 금액의 80%만 지급한 뒤 나머지 20%를 내년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본래 올해 지급해야 했던 자금 상당 부분이 내년으로 이연되면서 새로 지원 기업을 선정할 여력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신규 과제 감소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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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2025년 팁스 신규 예산 현황. 서울경제DB2024년~2025년 팁스 신규 예산 현황. 서울경제DB


업계 “생태계 악영향 가능성 우려”


팁스는 일반 과제가 2년, 딥테크 과제가 3년 동안 자금 지원이 이뤄져 과거 선정 기업이 많을 시 신규 기업 선정이 어려울 수 있다. 중기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전체 팁스 예산은 4777억 원으로 지난해(3411억 원)보다 늘어나지만 ‘계속 과제(과거 선정 기업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는 과제)’ 예산이 3858억 원으로 대부분이다. 이 중 일부분은 올해 599곳의 기업에 지급하지 못한 자금을 지원하는 예산이다. 지난해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 자금을 10.9% 줄이고, 그 여파로 올해 팁스 운영이 차질을 빚으며 내년도 예산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연구개발 지원 사업의 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점도 변수다. 중기부는 글로벌 투자사에서 투자를 받은 기업에 지원을 해주는 ‘글로벌 팁스’를 새로 만들었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도 각각 기업의 성장, 사업화를 돕는 정책을 늘리고 있다. 중소기업·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기술 사업화 예산이 올해 1조 4000억 원에서 내년 1조 600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났음에도 개별 사업 예산이 줄어드는 원인 중 하나다. 팁스도 전체 예산은 늘어났지만 선정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큰 딥테크, 글로벌 팁스 등으로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해 일반 과제 지원은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당장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신규 일반 팁스 과제 감축에 따른 생태계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일반 팁스가 스타트업 업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당장 내년 지원이 줄면 창업 생태계가 경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팁스는 초기 창업 기업에게 상당히 좋은, 중요한 프로그램”이라며 “당연히 업계 입장에서는 신규 선정 기업 수가 줄어드는 것이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이어 “팁스 수요는 스타트업 창업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 예산이 줄면 업계가 위축될 수 있다”며 “팁스 신규 예산은 줄일 것이 아니라 늘려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중기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창업기업동향’ 자료에 따르면 스타트업 창업은 감소 추세다. 스타트업이 주로 속한 업종인 정보통신업 분야의 신규 창업 기업은 지난해 상반기 2만 3651곳에서 올 상반기 2만 1223곳으로 10.3% 줄어들었다.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신규 창업 기업 또한 같은 기간 2만 7502곳에서 2만 7099곳으로 감소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고금리에 따른 투자 감소로 신규 창업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며 “팁스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지는 역할이 굉장히 큰 만큼 신규 과제 감소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향후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신규 팁스 예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는 나오고 있다. 팁스 운영사 KOC파트너스의 하진봉 대표는 “팁스 운영사 대표 및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로서 봤을 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신규 팁스를 받으려 하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다”며 “팁스는 유망 기술 기업을 육성해 고용, 세수를 늘릴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도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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