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초로(草露)

서정춘





나는 이슬방울만 보면 돋보기까지 갖고 싶어진다



나는 이슬방울만 보면 돋보기만한 이슬방울이고

이슬방울 속의 살점이고 싶다

나보다 어리디어린 이슬방울에게



나의 살점을 보태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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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태 버릴수록 차고 달디단 나의 살점이

투명한 돋보기 속의 샘물이고 싶다

나는 샘물이 보일 때까지 돋보기로

이슬방울을 들어 올리기도 하고 들어 내리기도 하면서

나는 이슬방울만 보면 타래박까지 갖고 싶어진다

대롱대롱 풀잎 끝에 매달린 이슬방울에 삼라만상이 비친다. 그 앞에 쭈그려 앉은 시인의 눈동자에 고스란히 되비친다. 풀여치가 마시다 남은 이슬방울 속 타래박으로 물을 긷다가 풍덩 뛰어들 태세다. 이슬과 섞여서 투명해지려 한다. 모두가 크고 높은 것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왜 작고 낮은 것을 오금 저리게 들여다보는가. 야망을 가진 소년들은 자꾸만 큰물로 나아가는데. 호수에서 오리배를 타다가, 강에서 제트스키를 타다가, 대양에서 크루즈를 타다가, 지구라는 눈물방울을 버리고 화성으로 이주할 원대한 꿈을 꾸는데.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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