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야구선수 임창용(48)씨가 재판에서 수사기관에서 했던 진술을 전면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임씨는 2019년 12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A씨에게 약 800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광주지법에서 진행된 증인신문에 출석한 임씨는 "카지노 칩으로 돈을 받아 정확히 빌린 액수를 몰랐다"며 "A씨에게 칩 액수로 추정되는 액수인 7000만 원을 변제해 빌린 돈을 충분히 갚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또 수사기관에서 도박자금을 갚지 않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는 "A씨가 기자들과 친분이 있고 도박 전과도 있어 외부에 알려질까 두려워 돈으로 무마하려고 A씨 주장대로 인정한 것"이라며 "그동안 이미지 때문에 안이하게 대응했으나 이제는 불이익에 제대로 대응할 생각으로 진술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기소 당시 검찰은 임씨가 지인에게 아내 소유의 주식을 팔아 갚겠다고 약속하고 빌린 돈을 도박에 쓴 뒤 갚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임씨가 수사 과정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함에 따라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임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10월 14일에 열린다.
현역 시절 국내 프로야구의 대표 마무리 투수로 꼽혔던 임씨는 1995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일본, 미국에서 활동하고 2019년 은퇴했다. 그러나 사생활 관련 논란이 이어졌다. 2014년 마카오에서 다른 선수들과 원정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2021년에는 지인에게 빌린 돈 1500만 원을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약식 명령은 비교적 혐의가 가벼운 사안에 정식 공판을 열지 않고 벌금·몰수와 같은 형벌을 내리는 절차다. 2022년에도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