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공제회가 10월까지 총 2조 원 규모의 출자에 나서면서 자금을 따 내려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9~10월 중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공제(5800억 원)·국민연금공단(5500억 원)·과학기술인공제회(2650억 원) 등 약 2조 원 정도의 블라인드펀드 출자가 예정됐다. 이미 펀드레이징을 마친 한앤컴퍼니(한앤코)와 UCK파트너스 등 일부 운용사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중복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MBK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JKL파트너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 등은 노란우산공제와 과기공에서 똑같이 맞붙는다. 상반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공단 출자사업을 따낸 MBK파트너스와 프랙시스캐피탈 등이 승자 독식 구도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하반기 출자 사업을 접으면서 PEF의 절박감은 큰 상황이다. 상반기에는 올해 펀딩을 시작한 운용사(GP)간 경쟁이었다면 지금은 펀딩 시한이 다가온 곳까지 가세해 더 치열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세부 프리젠테이션(PT)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10월에는 하루 휴가조차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원철 노란우산공제 자산운용본부장(CIO)의 첫 출자 사업인 블라인드 PE펀드 선정 공모는 총 4700억 원 규모다. 지난달 30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는데, 27곳의 PEF가 참여했다. PT심사를 거쳐 다음달 최종 결과가 나온다.
4곳에 총 2800억 원을 출자하는 일반 분야에는 MBK파트너스 등 9곳이 출사표를 던졌고, 하우스당 300억 원이 배정된 소형 분야는 3곳을 뽑는데 13곳이 신청해 경쟁률이 4대1을 넘는다. 2개사에 1000억 원을 투입하는 크레딧 분야에도 스틱인베스트먼트 크레딧본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IMM크레딧앤솔루션(ICS), 글랜우드크레딧 등 5곳이 뛰어들었다.
과기공 출자는 노란우산공제와 일정이 유사하고 후보군도 겹친다. 결성 목표액 3000억 원 이상인 대형 2곳에 총 1000억 원을, 중형 2곳에는 총 600억 원을 배정했다. 대형 부문 경쟁률은 4.5대1을 기록했고, 중형 부문도 11곳이 몰렸다.
안정성이 높은 크레딧 분야 출자사업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크레딧 투자는 원금 보호를 위한 투자 구조가 확보된 대출채권,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중위험·중수익 투자로 분류된다. 크레딧 펀드 출자에 처음 나선 군공은 총 900억 원을 3곳의 하우스에 출자한다. 박화재 군공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첫 사업이다.
출자사업을 재개한 새마을금고는 13일까지 위탁펀드용 대체투자 운용사 제안서를 접수 받는다. 메자닌 전략의 크레딧 분야 5개사에 4000억 원을, 바이아웃 및 그로스 전략의 에쿼티 2개사에 1000억 원을 투입한다.
국민연금도 총 3500억 원 규모의 크레딧·부실자산 부문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3개사를 선정해 1000억 원에서 1500억 원 사이를 배정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벤처펀드 4곳에 총 2000억 원을 출자하는 사업에 대해서도 이달 중 제안서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