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을 막기 위해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기존 능력 검사와 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개선하면서 고위험군의 운전면허를 한정적으로 발급하자는 제안이다.
서울시는 20일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권익위원회와 '교통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령자 면허 제도 개선 등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인구 구조 변화를 반영한 교통안전 정책을 모색하는 자리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운전자 사고 비율은 2019년 14.5%에서 2023년 19.6%로 늘었다.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운전자 가해 비율도 같은 기간 22.9%에서 29.2%로 증가했다. 일각에서 고령자 운전 면허 박탈 주장이 제기됐지만 개인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해결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9년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갱신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지만 탈락 사례가 미미한 실정이다. 고령인구 중 면허소지자 비율이 2040년 76.3%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개인별 운전 능력에 따른 맞춤형 운전면허 제도로 개선하거나 자동차 안전장치를 보급하는 등 고령 운전자의 이동성을 보장하면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운전면허를 반납한 65세 이상 노인에게 일률적으로 10만 원을 지급하는 현행 제도에서는 반납률이 2%에 불과하다면서 "75세 이상 혹은 85세 이상, 농촌보다는 도시 거주 고령자의 운전면허 반납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고 제시했다.
뒤이은 토론에서는 일본처럼 고령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정 면허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첨단운전자지원장치(ADAS), 자동긴급제동장치(AEBS)처럼 부주의를 예방하는 첨단장치를 장착한 차량을 운전하는 조건으로 면허를 발급하는 방안이다. 실제 정부는 올해 10월부터 음주운전으로 5년 이내 2회 단속된 재범자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장착시에만 운전이 가능한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한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일본은 2017년 고령운전자 사고 방지를 위한 기능을 갖춘 자동차를 도입하고 보조금을 통해 차량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며 “제도 도입 이후 2017년 5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고령자 차량의 10만대 당 인명사고 건수가 일반 승용차보다 41.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상신 서울시 교통운영과장도 "해외처럼 운전면허 적성검사와 면허 갱신 시 개인별 운전능력을 실질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버스·택시 등 사업용 차량 운수종사자 자격유지검사가 안전 운전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석준 권익위 제도개선총괄과장은 개인별 운전능력을 고려한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 실제 운전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정기·수시 적성검사 개편,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 인센티브 확대 등을 제시하면서 개인 특성을 고려해 고위험 운전자에 대한 면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