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끝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원장의 후임 인선 절차가 지연되면서 기존 기관장들의 임기가 자동 연장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임기가 만료된 원장들의 경우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성과 창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에 국가 연구개발(R&D)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출연연 기관장 선임 프로세서에 대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과기 분야 출연연 23곳 중 6곳이 후임 원장 임명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연연들의 경우 정관에 따라 원장 임기 만료 이후 후임자 임명까지 자격을 존속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 원장의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당장 리더십 공백이 발생하진 않지만 신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조직 운영 활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후임 원장 선임이 지연되고 있는 출연연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다. 과기정보원장의 경우 3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180일 이상 임기를 이어가고 있고, 한의연 원장 임기도 160일 이상이 지났다. 생명연을 제외한 다른 기관들 역시 원장 임기 만료가 다섯 달 이상 지난 것으로 파악된다. 생명연 원장의 경우 지난달 16일 임기가 만료됐고 재선임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 생명연을 제외한 기관들은 후임 원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출연연 기관장 인선 권한을 가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각 기관 원장 후보자 3배수를 선정한 상태로,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신임 원장을 확정할 계획이다. 인사검증 등의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이사회 개최 시기는 미정이다.
이러한 출연연의 후임 원장 선임 지연 사례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6곳이 후임 원장 선임이 지연됐다. 2022년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5곳으로 집계됐다. 전임 기초과학연 원장의 경우 임기 만료 후 1년이 넘는 376일 동안 직무를 수행했다. NST 관계자는 "과기정통부 등 부처와 협의하면서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면서 "원장의 운영 평가 점수에 따라 연임 여부도 결정할 수 있는데, 해당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어 임기 만료 전 후임 인선 절차를 시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출연연 원장 임명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과기출연기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출연연 원장의 임기만료일로부터 3개월 이전에 후임 모집 절차를 착수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법안을 발의한 이 의원은 "출연연은 국가 과학기술 혁신과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야 함에도, 후임 원장이 제때 임명되지 못해 주요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면서 "관련 법이 개정돼 원장 임명 지연 상황을 최소화하고,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인 과학기술 발전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