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멈춰야 한다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출신인 김대남 SGI서울보증보험 상근 감사위원이 좌파 유튜버와 통화한 5시간 녹취록이 공개돼 ‘한동훈 대표 공격 사주’ 의혹 등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금융 관련 경력이 거의 없는 김 씨가 정상 출근하면서 감사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어서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8월 통화에서 “감사는 2인자일지라도 사장이 뭐라 못한다. 내가 선택했지. 찍어가지고”라고 말했다. SGI서울보증보험 감사의 연봉은 기본급(1억 6000만 원)에 성과급까지 합쳐 2억 4000만~3억 6000만 원이고 월 470만 원의 법인카드도 쓸 수 있다.



역대 정부의 고질병인 낙하산 인사가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정권만 잡으면 금융·에너지 분야 등의 공공기관에서 전문성이 없는 정피아(정치+마피아) 출신의 기관장·상근감사·상임이사를 ‘무늬만 공모’ 절차를 거쳐 임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보은 인사는 없다”고 약속해놓고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를 공공기관에 대거 기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 정부 임기 말에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들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정과 상식’을 외쳐온 윤석열 정부도 낙하산 인사 구태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4·10 총선 이후에도 국민의힘 출신의 홍문표 전 의원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안병길 전 의원이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하태경 전 의원이 보험연수원장 등에 임명됐다. 현 정부 초반에 이뤄진 25개 공공기관의 상임감사 인선 중 80%가 정치권 출신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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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임원 자리가 ‘정권 교체 전리품’으로 전락하면 조직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정통성이 부족한 기관장들은 방만 경영을 개혁하지 못하고 노조와 담합해 임기를 채우려 한다. 이제는 보은 차원에서 낙선 정치인을 공공기관 간부로 기용하는 구태와 절연하고 실력과 도덕성을 갖춘 전문가들을 발굴해 기용해야 한다. 공공기관 인사부터 모범을 보여야 사회 전반의 혁신과 도전을 북돋우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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