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분기 미국에선 ‘삼의 법칙(실업률 격차를 비교해 경기 침체 위험을 판단하는 지표. 실업률 3개월 평균이 직전 12개월의 저점보다 0.5%포인트 높아지면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진 것으로 봄)’이 발동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노동 시장은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다른 경제 지표들 역시 경기 침체로 향하는 뚜렷한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분기 미국 국민총생산(GDP) 성장률 또한 나쁘지 않은 수준을 유지했다. 현재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적 시각과 비관적 시각이 공존하는 가운데 주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나리오별로 향후 경제 흐름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가장 유력한 경제 전망은 미국 경제가 추세보다 느리게 성장하지만 경기 침체에 빠질 정도는 아닌 연착륙 시나리오다. 성장률이 둔화하고 노동 시장이 느슨해지면 인플레이션은 2%를 목표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만약 경제에 변동성이 생기더라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가계의 부채가 낮아지고 생산성이 꾸준히 올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정책 금리를 원활하게 3%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경제는 통화 긴축이 길어지며 내년까지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26년에는 통화 정책이 정상화됨에 따라 성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새로운 주기(New Cycle)’가 펼쳐질 수 있다. AI가 빠르게 산업 전반에 도입돼 생산성이 높아지고 금융 여건이 완화되면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실제 이러한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의 실업률 통계가 하향 조정됐지만 GDP 성장률 수치는 그렇지 않았다. 미국의 단위 노동 비용이 더 낮아지면 기업, 특히 기술 관련 산업의 이익이 증가해 경제 성장이 다시 살아나는 동력이 된다. 또한 최근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로 인해 디플레이션 위험이 줄어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연준이 금리를 더 천천히 내리거나 굳이 조정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를 제공한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연준이 악화하는 노동 시장 데이터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고 내년까지 실업이 증가하면서 미국이 얕은 경기 침체에 빠지는 경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산 가격과 임금 모두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2008년 이후 처음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정책 반응을 예측하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향후 경기 침체의 가능성은 짧고 제한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민간 부문의 재무 상태는 과거보다 훨씬 더 강할 뿐더러 연준은 앞으로도 기준 금리를 인하할 충분한 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나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국채가 주식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단행된 금리 인하 조치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래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는 과정임을 인식하고 향후 경제 전망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