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사진) 회장이 유니클로 제품에 중국 신장 지역 면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제 노동 의혹이 제기된 신장 면화와 관련해 야나이 회장이 사용 여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나이 회장은 28일(현지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환경·인권을 고려한 공급망 개혁이 신장 면화 때문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신장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어떤 (다른) 면화를 사용하고 있는지 언급함으로써…”라고 말을 이어가다 잠시 멈추고 “사실, 더 이상 말하면 너무 정치적으로 될 것 같으니 여기서 멈추겠다”라고 답변을 마쳤다.
과거 야나이 회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에 서고 싶다”며 신장 면화를 유니클로 제품에 사용하는지에 대해 ‘노코멘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BBC는 “야나이 회장이 신장 면화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은 결과 유니클로는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짚었다. 유니클로는 본국인 일본보다 중국에 많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약 1000곳인 매장을 앞으로 3000개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게 야나이 회장의 생각이다.
BBC에 따르면 한때 세계 최고의 원단으로 꼽혔던 중국의 신장 면화는 소수민족 위구르족의 강제노동으로 생산된다는 폭로가 나온 뒤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외면받았다. 미국의 규제 등으로 이 지역 면화를 사용한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킨 글로벌 브랜드들은 중국에서 강한 불매운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75세인 그는 은퇴하기 전에 글로벌 체인 자라(ZARA)를 소유한 인디텍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패션 소매업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BBC는 “야나이 회장의 야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백악관으로 복귀함에 따라 더 많은 장애물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짚었다. 뉴욕의 컨설팅사 스트래티지리스크의 최고경영자(CEO) 아이작 스톤 피시도 “더 이상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킬 수 있는 대기업은 한 곳도 없다”며 “중국과 미국은 모두 기업들이 (자기) 편을 들기를 원하고, 이 문제에서 일본은 계속 미국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야나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신장 면화는 세계 최고 면화 중 하나"라며 "관련 기업이 정치적 압력과 불량한 방해를 배제하고,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사업적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는 외교부의 답변이 인기 검색 주제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본토와 대만·홍콩을 포함한 중화권이 유니클로 전사 매출의 20%를 차지한다면서 야나이 회장의 발언으로 유니클로가 중국에서 불매운동 위험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