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학교 수업에서 쓰일 영어·수학·정보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가 29일 교육부의 검정 심사를 마치고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교육부는 아직 학습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국어와 기술·가정 과목은 2026년 도입을 철회하고 사회·과학 과목은 당초 예정보다 1년 연기한 2027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영어·수학·정보 교과 AI 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와 함께 ‘AI 교과서 도입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검정 심사는 내년부터 학교에서 활용될 초3·4, 중1, 고1 대상 수학과 영어, 정보 과목 교과서에 대해 이뤄졌다. 총 146종의 교과서 가운데 절반가량인 76종이 최종 합격했다.
천재교육·천재교과서가 7개 과목에서 27종으로 가장 많이 통과했다. 그 뒤를 이어 YBM과 비상교육이 총 5과목에서 각각 16종과 7종씩 검정을 통과했다. 검정에 합격한 AI 교과서 실물은 다음 달 2일부터 일선 학교에 전시된다. 각 학교는 전시본을 본 뒤 AI 교과서를 채택하는 절차를 거친다. 채택된 AI 디지털 교과서는 내년 3월 신학기부터 교실에서 사용될 수 있다.
다만 교육부가 당초 2026년 초3·4와 중1 대상 국어와 기술·가정 과목에 AI 교과서를 도입하려던 계획은 취소됐다. 사회·과학 과목 적용 시기도 예정보다 1년 늦춰 2027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국정교과서인 특수교육의 경우 국어는 내년 초등부터 AI 교과서를 도입하고, 수학은 내후년 초등부터 적용해 2027년 중학교, 2028년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생활영어와 정보통신 교과는 계획을 바꿔 도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2026년 이후 적용 교과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여러 과목을 도입할 수 있지만 AI 교과서가 학교에 안착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 영어와 수학 교과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AI 교과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낸다. 내년까지 디지털 튜터 1200명을 학교에 배치하고 교육지원청별 테크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전국 학교의 디바이스와 네트워크 점검을 내년 초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이 부총리 이날 “AI 교과서는 교육 격차 해소뿐 아니라 사교육 경감, 창의력 증진, 인성 함양 등에서도 새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며 “‘영·수포자(영어·수학을 포기한 학생) 제로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소외와 약자들에게 AI 교과서의 혜택이 우선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12월 중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