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李대통령 "규제완화 위해 뭐든지 할 것"…재계 "지역균형 고려해 투자"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

李 "뭐든 할 수 있는건 다 할 것"

재정 동원 후순위채 인수 등 검토

이재용, 수도권 외 데이터센터 건립

최태원, 용인클러스터 신속 투자

구광모 "투자금 60% 소부장에"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과 재계 총수와의 만남은 일종의 투자·고용 브리핑을 방불케 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의 지원 덕에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하면서 3500억 달러의 매머드 대미 투자 펀드 조성에 따른 국내 투자 부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규제 완화’라는 당근을 기업에 약속했다. 기업 총수들도 일자리 창출과 국내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지난달 미국과 타결한 관세 협상 결과를 놓고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라며 “방어를 아주 잘 해낸 것 같다”고 자평했다. 특히 “전적으로 기업인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며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기업들의 적극적인 역할에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친기업·반기업 이런 소리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규제 완화 또는 해제, 철폐 중 가능한 게 어떤 것이 있을지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지적해주면 신속하게 정리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각에서 요구하듯이) 세금을 깎아가면서 사업을 해야 할 정도면 국제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 것보다는 여러분께서 정말 필요한 것이 규제 (완화)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이라며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R&D) 또는 위험 영역에 투자해 우리 재정이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인수하거나 손실을 우선순위로 감수하는 등 새로운 방식도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며 “모험적 투자를 강하게 할 수 있도록 이런 방식들도 동원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위험 부담이 큰 후순위 채권을 정부가 인수하는 방안을 도입해서라도 기업들이 자본 부족으로 투자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상황은 최대한 피할 수 있게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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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막기 위한 기업의 투자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라고 하는 것이 주관적 의도보다는 객관적 상황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강하다”면서도 “경제적 상황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겠지만 비슷한 조건이면 가급적 국내 투자에 마음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대한민국 균형 발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또 “임금 착취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노동비용을 줄여서는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냐”며 노사 상생을 당부하기도 했다.

재계 총수들은 이 대통령의 지원 의지에 화답하듯 이전보다 한결 확대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내 투자 확대, 청년의 좋은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벤처기업과의 상생도 더더욱 노력하겠다”며 “지금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올 9월 약속대로 향후 5년간 총 6만 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저희가 짓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 짓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600조 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앞세워 신속한 투자 집행 계획을 밝혔다. 최 회장은 “반도체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 등으로 투자비가 계속 증가한다”며 “수요와 잘 맞춰 분명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매년 8000명 이상 고용을 꾸준히 유지해왔지만 반도체 공장 팹이 하나씩 오픈할 때마다 2000명 이상 계속 추가로 고용이 늘고 있다”며 “이 팹을 짓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생각하면 2029년까지 계속 매년 1만 4000~2만 명의 고용 효과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향후 5년간 국내에서 125조 원, 연간 25조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저희가 계획한 116조 원 대비 8조 2000억 원이 증가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에 대해서는 “올해 7200명을 채용했는데 내년에는 1만 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소재·부품·장비를 국내에서 개발하고 생산하는 혁신 생태계를 꾸준히 키워갈 것”이라며 “향후 5년간 예정된 100조 원의 국내 투자 중 60%를 소부장 기술 개발과 확장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이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순방을 하루 앞두고 열렸다. 주요 재계 총수들도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해 해외 주요 국가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방문 국가들과의 경제협력 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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