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아파트에 집중됐던 경매 열기가 강동·동작·영등포 등 다른 자치구로 확산하고 있다. 주요 지역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인근 자치구로 이동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낙찰가율이 강남 3구를 웃도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8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남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4일 감정가(11억 7000만 원) 대비 18.7% 높은 13억 8929만 원에 낙찰됐다. 경매에 참여한 사람은 29명에 달했다.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13억 3000만 원으로, 낙찰가가 실거래가를 웃돈 셈이다. 하지만 현재 매도 호가(15억~16억 원)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같은 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삼환아파트 84㎡는 감정가(9억 9000만 원)보다 14.8% 높은 11억 3652만 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는 31명 몰렸다. 이 아파트 실거래가격(올해 10월 기준)이 약 1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낙찰가격이 실거래가를 크게 웃돈 것이다.
영등포동 영등포푸르지오 84㎡는 지난달 19일 12명이 응찰해 감정가(12억 3500만 원)보다 13% 높은 14억 원에 매각됐다.
동작구 상도동 상도더샵 85㎡ 역시 지난달 경매에서 15명이 응찰해 감정가보다 31% 높은 16억 4016만 원에 낙찰됐다. 상도더샵의 실거래가는 17억 7000만 원(11월 기준)이다.
전문가들은 강남 3구와 마용성 선호도가 뚜렷했던 경매 시장의 온기가 한강벨트에 속하거나 강남 3구와 가까운 강동구와 동작구, 영등포구 등에 번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지옥션의 한 관계자는 “경매를 통해 집을 낙찰받으면 토허구역 신청이 필요하지 않는데다 실거주 의무도 없어 경매 열기가 더욱 확산되는 것”이라며 “당분간 현금 동원력이 풍부한 투자자들이 경매 시장에서 입지가 우수한 아파트 물건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강동구와 동작구에서는 강남 3구와 마용성보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이 높은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지지옥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강동구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이 122.5%로, 서울 전체 25개 구 중 가장 높았다. 또 △동작구(119.1%) △영등포구(114.0%) △관악구(105.2%) △양천구(101.1%)가 뒤를 이었다. 강동구와 동작구의 낙찰가율은 송파구(118.9%)와 강남구(115.9%), 서초구(102.4%)와 마포구(104.4%), 용산구(100.9%)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편 서울 자치구 중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 넘는 곳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 초 3~4곳에서 △6월 6곳 △7월 6곳 △8월 7곳 △9월 7곳 △10월 9곳 △11월 11곳으로 증가세다. 다만 도봉구와 중랑구, 노원구, 은평구, 금천구, 강북구 등은 아직 낙찰가율이 100% 미만으로 낮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강남이나 도심에서 먼 도봉·강북·금천·중랑구는 당분간 낙수효과 효과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